“좋은 글이란 쉽고, 짧고, 간단하고, 재미있는 글입니다. 멋내려고 묘한 형용사 찾아넣지 마십시오. 글맛은 저절로 우러나는 것입니다.”
유홍준 교수가 지난해 한 강연에서 한 이야기다.
어떤 게임 프로그래머는 자신의 블로그에 이런 글을 남겼다.
“좋은 기획서는 형용사가 없다. 사실이다. 형용사는 실무 개발자를 혼동으로 빠뜨리고, 수많은 똥개훈련으로 개발자를 지치게 하는 단어다. 따라서 최종적으로 프로그래머에게 전달하는 기획서에는 형용사를 하나도 사용해서는 안 된다. 모든 형용사를 구체적인 숫자, 스케치, 스크린샷, 동영상, 도표로 전환해야한다.”
창업자들은 머릿속에 있는 경험, 문제의식, 가치관, 고객과 시장에 대한 상상력 등을 조합해 비즈니스모델을 만든다. 글과 말로 표현해 전달한다. 생각하고 말하고 글 쓰는 훈련이 부족하면 생각의 함정에 빠지고, 단어와 표현에 스스로 속는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형용사의 사용이다.
사업계획서가 형용사로 도배돼 있으면 호기심을 잃어버린다. 좋은 형용사는 많지만 구체적인 내용 없이 사업계획서에 사용하면 내용을 과장하거나 의미를 모호하게 만든다.
`아름답다`는 말은 사람마다 다른 미적 감정에 호소해 상상력을 자극하는 문학에서는 유용하지만, 사업계획서에는 맞지 않다. 형용사로 묘사하지 말고 뭘 할 건지 동사로 말하라. 형용사를 자주 쓰면 마치 이해한 것처럼, 내가 갖고 있는 것처럼, 또 실현할 수 있을 것처럼 스스로에게 속는다.
사업계획서에 자주 사용되는 형용사는 `효율적인, 열심히, 합리적인, 혁신적인, 더 빠르게, 세상을 변화시키는, 고객이 만족하는, 신뢰할 만한, 가치 있는, 최적화된, 의미 있는, 전문적인, 우수한, 효과적인, 싸고 좋은, 실질적인, 차별화된, 뛰어난, 창의적인, 더 좋은, 열정적인, 제대로 된, 쉽고 편한, 맞춤형인, 취향에 맞는` 등등이다. 일상생활에서도 무의식적으로 자주 사용하는 말이다.
사업계획서에서 형용사를 제거하고 다시 읽어보자. 살아남은 핵심 뼈대가 있는가? 사업을 발표할 때에도 형용사를 제거해 보자. 속옷만 입고 무대 위에 선 것 같이 허전함을 느끼는가?
형용사는 사업가들을 유혹해 혼돈으로 이끄는 `사이렌의 노래`와 같다.
프라이머 대표 douglas@prime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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