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한 대뿐인 대전력시험설비 보수작업이 지연되면서 시험을 기다리는 업체들의 애가 타고 있다.
대전력시험설비는 송배전 설비가 합선 등으로 인한 강한 전류가 발생했을 때 정상 작동 여부를 확인하는 것으로 국내 100여개 업체가 이용하고 있다.
4일 한국전기연구원에 따르면 당초 1월 12일 완료 예정이던 단락발전기(4000㎹A) 보수 공사가 2월 말로 한 달 넘게 미뤄졌다. 100여개 기업이 벌써 5개월째 시험인증을 받지 못한 셈이다. 국내 판매는 물론이고 해외 수출에 차질이 생길 정도다. 대전력시험을 받으려면 해외에 있는 시험기관을 이용해야 한다.
당장 정상 가동돼도 대기수요를 소화하는 데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현재 증설 중인 단락발전기도 기존 설비로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 따라 추진한 것으로 시험 적체현상은 늘어날 전망이다.
일부 대기업에서는 아예 유사한 설비를 직접 갖추는 방안까지 검토 중이다. 연구원의 일정에 맞추다가 제품 판매에 차질이 생기기 때문이다.
전기연구원에서 현재 해당 설비를 갑절로 증설하는 작업도 병행하고 있지만 2015년 말 완공 예정이다. 게다가 아직 기공식도 갖지 못했다. 지난해 6월 예정이던 기공식이 1년 가까이 미뤄진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나 차관 일정을 못 맞춘다는 게 이유다. 연구원에서는 공사 일정에는 차질이 없다고 하지만 업계에서는 공사가 늦어질까 우려하고 있다.
설비 보수와 증설로 늘어난 시험 비용도 업체에는 부담이다.
전기연구원은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고자 지난해 4월 이미 대전력시험료를 20% 인상했다. 2011년에 이어 두 번째다. 2016년과 2025년에도 대전력시험료를 각각 20% 올린다는 계획이다. 설비 증설에 필요한 1600억원 중 400억원을 전기연구원이 충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충분히 2호기 건설 일정을 당기거나 1호기 보수를 늦출 수 있었음에도 편한 대로 추진했다”며 “하루가 급한 업체에 5개월을 기다리라는 것은 업체의 사정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고 지적했다.
연구원 관계자는 “해당 설비의 안정성을 확인하는 작업이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며 “지난해 이미 충분히 사전공지를 했기에 업체도 대비를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창선기자 yud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