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용 반창고를 몸에 붙이면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나노 접착제가 살에 빈틈없이 붙기 때문이다. 반창고는 신체 온도, 맥박, 혈류까지 실시간 체크한다. 먼 미래 이야기가 아니다. `나노기술`의 진화가 벌써 현실로 다가왔다.
지난달 29일부터 31일까지 일본 도쿄 빅사이트 전시관에서 열린 `나노테크 2014`은 미래 기술로 여겨지던 나노 기술이 우리 생활 속 기술로 자리 잡은 것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3M은 나노 기술을 바이오에 적용했다. 의료용 반창고는 사람의 살과 반창고 사이에 뜨던 공간을 나노입자로 메워 밀착력을 높였다. 3M은 자사의 `테이프` 콘셉트를 다양한 곳으로 확장했다. 나노기술을 적용한 골프 장갑은 골프채를 잡을 때 잘 떨어지지 않게 밀착력이 높아졌다.
후지필름도 혁신에 성공했다. 회사는 카메라 필름에서 멈추지 않고 휘어지는 `CIGS 태양광 필름`을 내놓았다. 이 태양광 필름은 11.5%까지 효율이 나온다. 필름을 비닐하우스에 부착하거나 자동차, 위성에 장착해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이다. 산소 투과를 막아 식품 신선도를 높이는 `슈퍼가스 장벽 필름(Super gas barrier film)`도 눈길을 끌었다.
도시바는 전자업체답게 부품, 코팅필름 등에 주력하면서도 태양전지, 친환경 벽지 등 다양한 제품을 내놓았다. 회사는 나노를 활용한 부식방지용 코팅을 선보였다. 자동차 부품에 입히면 부식을 방지해 이용 기간을 늘릴 수 있다. 후지필름과는 다른 OPV(유기물)로 만들어진 태양광 필름은 8~10% 효율을 낸다. CIGS보다 가격이 저렴하고 휘어지는 등 장점이 있어 아웃도어 제품에 바로 장착해 사용할 수 있다.
이응숙 한국기계연구원 나노융합산업진흥센터장은 “올해 일본은 바이오나 의료, 라이프 사이언스, 수소 운반·저장 등에 주력했다”며 “일본은 고령화 사회에 맞춰 나노 기술이 바이오 분야로 확산되는 모습을 보이고, 한국은 전자산업이 강하다 보니 스마트폰 광필름 쪽에 주력하는 등 두 나라의 나노 산업 모습이 달랐다”고 평했다.
한종훈 전남대학교 응용화학공학부 교수는 “나노튜브, 그래핀 등 소재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일본은 장인정신으로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성능을 높여가는 모습이 느껴졌다”며 “국내 나노 기업에 대한 민간 투자와 더불어 꾸준한 정부 지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