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디자인의 미래가치에 투자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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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용 한국디자인진흥원장

퇴근하기 전 한 남성이 메신저로 냉장고에 문자를 보낸다. 냉장고에 맥주가 있냐고 묻자, 세 병이 남아 있다는 답장이 온다. 이번엔 세탁기와 로봇청소기. 30분 후 집에 도착한다는 메시지를 보내자 세탁기는 세탁시간을 자동 설정하고, 청소기는 청소를 시작한다. 야근으로 피곤한 남자는 직접 운전하는 대신 웨어러블 기기를 이용, 스마트카를 주행해 집에 도착한다.

공상과학 영화 속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이 풍경은 머지않아 우리의 일상이 될 것이다. 얼마 전 막을 내린 `CES 2014`의 키워드는 `사물인터넷(IoT:Internet of Things)`과 `웨어러블 기기(Wearable Gadget)`였다. 올해는 이렇게 사람이 직접 작동하지 않아도 IT, 가전기기들끼리 유무선 인터넷으로 연결돼 원격으로 제품을 조절하거나 정보를 주고받는 사물인터넷이 본격화할 것이라 한다. 사물인터넷 시장은 앞으로 10년간 19조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기술이 급격히 발전할수록 기술을 이용하는 소비자의 수용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인간중심적 감성과 창조적 상상력의 토대 위에 첨단 기술을 펼쳐내야 한다. 결국 미래 IT시장뿐 아니라 우리의 삶 전반을 주도할 사물인터넷과 웨어러블 기기의 성패는 복잡한 기술을 얼마나 사용자 중심으로 풀어내는지가 관건이다.

컴퓨터나 스마트 기기 등을 좀 더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설계 또는 그 결과물을 UI(User Interface)라고 하는데, 이는 가장 혁신적인 디자인 영역 중 하나다. 미래의 소비는 디자인과 UI 중심으로 변해갈 것이라는 것은 여러 학자들에 의해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우리가 소비를 하는 것은 기술이 아니라 기술로 구현된 편의와 즐거움, 감성적 만족이기 때문이다.

기술이 발달할수록 소비자의 디자인 수요가 늘어남을 보여주는 연구가 있다. 한국디자인진흥원과 한국과학기술평가원이 공동 연구한 `디자인-R&D 융합의 경제적 가치측정`에서 `제품별 추가 지불의향 가격 비중`을 분석한 결과, 고기능 제품군에서 디자인 R&D가 이뤄진 제품에 소비자의 추가 지불의향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3 산업디자인 통계조사`에 따르면, 2012년 기준 디자인의 경제적 부가가치는 69조4000억원으로 국내총생산(GDP)의 5.5%를 차지한다. 기술 R&D의 투자 대비 매출 증대 효과가 5배인 데 비해 디자인은 투자 대비 매출 증대 효과가 14.4배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취업유발 계수 역시 디자인은 16에 달해 자동차(7.9), 반도체(4.8)보다 매우 높고, 제품판매에서도 마케팅(22%), 기능(19%)이 아닌 디자인(28%)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포스트 뉴 노멀(Post New Normal)`시대라고 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을 위한 일종의 비상체제였던 `뉴 노멀(New Normal)`시대가 막을 내리고, 선진국 경제가 회복되는 가운데 전통적인 신흥국-생산, 선진국-소비의 구도가 와해된다는 것이다. 제조업의 경쟁력을 강화해 나가고 있는 선진국과 정부의 지원으로 빠르게 추격을 해오는 신흥국의 도전 앞에서 민간과 정부가 지혜를 모아 경제혁신을 통한 대도약을 이뤄내야 한다.

창의성과 감성가치를 중시하는 융합과 하이 콘셉트(High Concept) 시대에 창조적인 디자인은 기술 중심의 한계를 극복하고 기술과 감성의 융합시대를 주도하는 혁신 수단이다. 인류가 상상하고 꿈꾸던 미래의 삶을 현실로 실현하는 고난도 기술의 성패는 인간중심적 감성가치를 더하는 디자인에 달려 있다.

혁신적 디자인으로 선진경제로 올라서는 대도약을 이루자. 정부와 기업, 공공과 민간 모두 디자인의 무한한 미래가치에 과감하게 투자할 때다.

이태용 한국디자인진흥원장 taeyong@kidp.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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