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강화된 신차 실내공기질 기준을 올해부터 도입하기로 했지만 측정 방법 등을 둘러싼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지나친 규제로 국산차 업체만 역차별을 당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21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오는 7월부터 개정된 신규제작자동차 실내공기질 관리기준(권고기준)이 전면 적용된다.
개정 권고기준에서는 국토부가 2년마다 한 번 실시하던 신차 실내공기질 확인 시험을 매년 실시할 수 있도록 바꿨고, 대상물질도 포름알데히드와 벤젠, 톨루엔, 자일렌, 에틸벤젠, 스티렌 6개에 아크롤레인이 포함된 7개로 늘었다. 권고기준치도 강화돼 포름알데히드가 250→210㎍/㎥(1㎍은 100만분의 1g), 에틸벤젠이 1600→1000㎍/㎥, 스티렌이 300→220㎍/㎥로 각각 변경됐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국내 기준치가 자동차 선진국보다 느슨하다는 지적을 수용한 것이다.
국토부 실내공기질 관리기준은 엄밀한 의미에서 강제력이 없는 `권고기준`이지만, 국내 현실을 고려할 때 사실상 `강제규정`이라는 게 업계 판단이다. 정부가 실내공기질 권고기준 준수 여부를 확인할 권한이 있고, 그 결과를 공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와 달리 일본에선 일본자동차공업협회(JAMA)가 자율지침을 운영하고 있고, 독일에선 제작사 의뢰 시 TUV 등 민간인증기관이 시험평가를 대행해줄 뿐 정부 지침이 없다.
그러나 자동차 업계와 관련 전문가들은 정부가 나서서 신차 실내공기질을 법적으로 규제하는 데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무엇보다 신차 실내공기질을 법으로 규제하는 곳은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미국에는 신차 실내공기질을 규제하는 법규가 제정된 적이 없고, 일본과 독일, 중국도 민간 자율지침으로만 운영되고 있다. 한 자동차 전문가는 “자동차에서 나오는 화학물질은 인체에 치명적 해를 끼칠 정도로 유해하지 않고 2~3개월 안에 사라지는 휘발성 물질이어서 선진국에서도 법으로 규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더욱 중요한 문제는 신차 실내공기질 측정 기준이 나라마다 제각각인데도 권고기준을 무조건 선진국 수준에 맞추려는 것이다. `실내공기질`이란 정의하기도 어렵고 측정하기도 매우 까다로워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공통 측정 기준이 전혀 없는 상황이다. 우리나라에선 신차를 30분간 환기시킨 후 25도에서 측정하지만 독일은 21도에서, 일본은 에어컨을 작동시킨 상태에서 측정한다. 중국은 환기시간이 6시간이나 된다. 국가별 운행습관이나 평균 운행시간, 환경영향 등이 다르기 때문에 기준도 이처럼 다를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지속적으로 규제를 강화하게 되면 상대적으로 실내공기질 규제에서 자유로운 해외 완성차 업체와의 경쟁에서 밀리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 때문에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공통 측정 기준이나 권고기준치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제안도 나온다. 현재 자동차 관련 국제표준을 제정하는 유엔 산하기구에서 신차 실내공기질 관련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에만 유일하게 있는 실내공기질 규제가 더욱 강화되면 신소재 개발 비용 등이 투입되면서 자동차 업계 가격경쟁력 하락이 우려된다”면서 “충분한 시간을 두고 국제표준이 나오는 것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