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사면초가 `특허변호사` 제도 도입

사면초가에 놓인 특허 변호사 제도

국가지식재산위원회를 중심으로 이공계 출신이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에서 지식재산(IP)권 전문가로 성장해 특허 변호사로 활동할 수 있는 제도가 도입된다. 3년 이내(경과 기간 포함 4년) 특허 침해와 무효 소송을 담당하는 재판에서 특허 변호사가 직접 소송을 대리하는 모습을 보게 될 전망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장기 관점에서 특허 변호사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인정하지만, IP전문가가 양성되기 위한 생태계가 마련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일부에서는 `특허 변호사` 무용론까지 제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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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허변호사 “정체가 무엇이냐”

`특허 대리인(Patent Agent) 자격과 일반 변호사(Attorney) 자격을 함께 갖춘 법과 기술, 특허에 능통한 융합형 전문가`. 지재위에서 밝히는 특허 변호사(Patent Attorney)의 정의다. 특허 변호사 제도를 운영하는 미국은 특허 출원·등록 등 특허청 업무 대리와 법원 소송대리 등 IP에 관한 모든 법률 서비스를 특허 변호사가 담당한다.

지재위는 “일반 변호사도 특허 침해 소송을 맡을 수 있지만, 전문성 문제로 대부분 특허 변호사가 특허 분쟁을 담당한다”고 설명했다.

분명 해외에서 운영 중인 제도지만 업계에서는 특허 변호사 개념에 의문을 제기한다. 우리나라 특허 소송 대리인 제도와 맞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은 특허 출원·등록을 하는 특허 대리인이 특허 소송에는 관여할 수 없지만, 우리나라에서 특허 출원·등록을 맡은 변리사는 특허 무효 소송(심결취소 소송)에서 대리인 자격을 갖췄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지재위 특위는 “특허 변호사는 특허 소송 전반(침해와 무효)과 특허·상표 등 특허청 출원 업무를 대리한다”며 “특허·기술 전문성을 보유한 변호사임을 표시·광고해 차별화한다는데 이견이 없다”고 밝혔다.

지재위 특위안에 따르면, 도입 예정인 특허 변호사는 변리사 업무와 겹친다. 전종학 대한변리사회 부회장은 “변리사 업무 범위를 축소시킬 수밖에 없는 방안”이라며 “심결 취소 소송을 맡은 변리사를 특허 대리인(Patent Agent)으로 전락시키는 꼴이 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변리사·변호사도 특허 변호사 제도 반대 `동상이몽?`

특허 변호사제도에 대해 대한변리사회 공식 입장은 “변리사가 곧 특허 변호사기 때문에 미국식 특허 변호사 제도 도입은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이미 한·미 무역협정(FTA) 합의안에서도 국내 변리사를 `특허 변호사`로 표기한다고 주장한다. 특허 변호사와 변리사를 구분할 경우 법률 소비자와 자격사 모두 혼선만 초래하고 특허 분쟁 해결제도 선진화와는 무관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그러나 일부 변리사는 조심스럽게 특허 변호사 도입에 긍정적 의견을 보태고 있다. 한 변리사는 “변리사가 특허 침해 소송에는 참여할 수 없는 현실을 감안해 장기적으로 IP전문가인 특허 변호사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그러나 변리사 직역에 대한 명확한 정의 없이 특허 변호사 제도를 서둘러 도입하려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대한변호사협회도 지난해 11월, 특허변호사 도입이 결정됐을 때 성명서를 통해 반박 의견을 밝혔다.

변호사협회는 “특허 변호사 제도를 도입하면서 변리사에게 특허침해 소송 참여 필요성에 대한 추가 연구를 추진한다는게 지재위의 핵심 내용”이라며 “변리사에게 공동 소송 대리권을 부여하거나 이에 준하는 소송상 권한을 부여하는 것은 변호사 소송대리원칙과 로스쿨 도입 취지에 정면으로 반하는 등 사법 체계 근간을 흔드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일부 업계에서는 변호사가 결국 변리사 공동소송대리를 막기 위해 지재위 안을 반대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한 정부 관계자는 “특허 변호사 제도가 도입되면 변호사도 자격 요건이 강화되는데 부담을 느끼고 있을 것”이라며 “지재위 특위 합의안이 일반 변호사의 특허 침해 소송을 제한하지 않기 때문에 반박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직역 다툼이 아닌 IP 전문가 양성이 더 시급”

우리나라 IP 경쟁력 강화를 위해 출원부터 소송대리까지 업계(법률 소비자)가 요구하는 전문가가 필요하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다만 특허변호사 제도가 변리사·변호사 직역 다툼의 연장선이 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 업계 의견이다.

특허 침해 소송에 휘말린 경험이 있는 한 중소기업 대표는 “소송 당사자에게 필요한 것은 변리사, 변호사, 특허 변호사 등 직역 명칭보다는 실제 특허 소송을 제대로 맡을 수 있는 기술·법률 전문가”라며 “법률 소비자인 발명가, 기업, 연구소 등에서 소송 대리인을 선택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재위 관계자도 “특허 변호사 제도 도입은 결국 IP경쟁력을 갖춘 전문가를 양성하려는 취지”라며 “전문성을 갖춘다면 최종 선택은 소송 당사자가 결정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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