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부품가 뒷 이야기]오리털 대신할 첨단 소재 어디 없나요?

○…첨단 섬유 기업들 내년엔 특수올까.

한파가 불어닥치니 100만원을 호가하는 고가 패딩 의류 인기가 하늘을 치솟습니다. 거리에는 북극을 탐험해도 끄떡없을 것 같은 기능성 스포츠 웨어도 넘쳐납니다.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마찬가지 현상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방한 의류의 충전재로 쓰이는 오리털(덕다운) 공급량이 전 세계적으로 부족하다고 합니다. 공급량은 한정됐는데 수요가 늘어나니 당연하겠지요. 게다가 오리털 생산 과정에서 일어나는 동물 학대 문제도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데요. 그래서 오리털은 적게 사용하면서도 추위를 이겨낼 수 있는 첨단 소재에 대한 관심이 더욱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오리털 없어도 겨울을 이겨낼 섬유 소재, 없나요?

○…중국 진출 기업들에게 가장 힘든 시기는 춘절.

중국 최대 명절 춘절(설)이 2주 전으로 다가왔습니다. 중국에 진출한 기업이라면 가장 골치아픈 시기가 온 것이죠. 왜냐구요. 바로 인력 이탈 때문입니다. 중국 각지에서 공장으로 모였던 이들은 명절 기간 고향에 갔다 복귀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숙련된 인력 이탈로 갑자기 생산에 차질이 생기다보니 기업들이 긴장하는 것은 당연하겠지요. 그래서 A 기업은 명절 이후 중국 공장에 근무 이탈자가 없도록 각종 이벤트를 비롯한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현지인 출신의 중간 관리자들에게도 각별한 미션이 부여됐습니다. 중간 관리자들은 이 시기 노동자들과 집중 상담하며 마음을 사는 데 집중한다고 합니다. 인력 이탈을 막기 위한 기업들의 눈물겨운 노력, 제발 효과를 거뒀으면 좋겠습니다.

○…첨단 기업, 간판부터 바꾸자.

이제 제조업에서도 사명이 풍기는 굴뚝 느낌은 옛 말입니다. 지난 1990년대 삼성, 금성이 각각 `三星` `金星`이라는 기업 로고(CI)를 `SAMSUNG` `LG`로 바꾼 건 글로벌 시장 진출을 염두에 둔 것이었습니다.

근래 업종을 전환하면서 첨단 소재·부품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주기 위해 간판을 바꾸는 업체들이 많습니다. 보광 계열 BKLCD는 BKE&T로 바꿔달았습니다. LCD 모듈업체에서 터치스크린패널(TSP)로 업종을 전환했기 때문입니다. 웅진케미칼은 지난 2008년 현재의 사명으로 바꾼 후 최근 도레이첨단소재로 인수되면서 6년 만에 다시 개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제일모직도 지난해 패션사업을 분리한뒤 올해 이름을 바꾸겠다고 선언했죠. 한화L&C도 첨단재료 사업을 상징하는 이름으로 고치려고 한답니다. 사명을 바꾸면 쇄신의 의미도 있고, 앞으로 그 사업에 주력한다는 걸 알리는 효과도 있죠. 옛 이름에 익숙했던 고객사나 소비자들이 적응하는 데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요.

○…미국·유럽에는 있지만, 우리에게는 없는 것. `기술의 가치`

서구 선진국들이 산업 발전에 성공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은 혁신적인 기술을 인정하는 사회적 분위기였습니다. 어떤 사람이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면 몇년 동안 특허로 독점권을 인정해주면서 혁신을 장려한 거죠. 특히 미국에서는 20세기 초 특허 개발로 백만장자의 반열에 오른 사람들이 참 많습니다. 우리나라는 어떨까요. 안타깝게도 기술의 가치를 인정해주는 문화가 여전히 정착되지 못한 것 같습니다. 산업 먹이사슬 구조에서 갑을 종속 관계가 너무 심한 탓이죠. 고객사가 절대적인 갑이고, 협력사가 을인 탓에 핵심 기술조차 그냥 뺏기는 경우가 참 많습니다. 소송을 제기하려면 고객사와의 거래 관계가 끝나는 것을 감수해야만 하죠. 법원에서도 솜방망이 처벌을 내리기 일쑤죠. 창조경제가 제대로 실현되려면 이런 부조리 먼저 없애야 하지 않을까요.

소재부품가 뒷 이야기는 소재부품가 인사들의 현황부터 화제가 되는 사건의 배경까지 속속들이 알려드립니다. 매주 월요일 소재부품면에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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