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中 차이나모바일 아이폰 판매 개시 `태풍인가 미풍인가`

차이나모바일 아이폰 판매, 시장판도 변하나

`12억 중국 시장에서 퍼즐의 마지막 조각이 맞춰졌다.`

17일 시작하는 차이나모바일의 애플 아이폰 공식 판매를 이른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의 묘사다. 협상 테이블에 앉은 지 6년 만에 이뤄진 애플과 차이나모바일의 동행이다. 베이징·상하이·선전을 포함한 16개 도시에서 아이폰 판매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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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 5C 광고를 전면에 내세운 차이나모바일 베이징 지사 웹사이트 <자료:차이나모바일 홈페이지>

세계 인구의 10%가 넘는 7억6000여만명 가입자를 가진 중국 1위 통신사 차이나모바일의 아이폰 판매는 애플의 숙원 사업이었다. 가입자 수만 봐도 미국 1위 통신사 버라이즌의 7배, SK텔레콤의 30배에 가깝다. 중국 시장에 사활을 거는 애플에 큰 기회임은 분명하다. 문제는 태풍이냐, 미풍이냐다.

◇판세를 뒤집을 `태풍` vs 한발 늦은 `미풍`=전망은 엇갈린다. 애플은 기대에 부풀었다. 팀 쿡 CEO는 차이나모바일과의 파트너십 효과를 “대단히 긍정적(incredibly optimistic)”이라 확신하며 “분수령이 될 것”이라 표현했다. 차이나모바일이 밝힌 예약 주문 수량은 하루 평균 6만대에 이르러 13일까지 120만대를 넘어섰다.

초기 낙관적 전망이 줄줄이 터져 나왔다. 애플의 판매량과 현재 7위인 점유율의 상위권 상승을 점쳤다. 모건스탠리는 애플이 1200만대를, RBC캐피털마켓은 1000만대를 더 팔 수 있을 것이라 봤다. 포레스터리서치는 차이나모바일 가입자에게만 1700만대를 팔아 올해 중국 판매량 3900만대를 점쳤다.

캐티 휴버티 모건스탠리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애플 연 매출 중 중국이 254억7000만달러(약 27조)를 벌어줬지만 평균가(650달러)로 계산하면 1200만대 추가 판매가 78억달러(약 8조2800억원)를 더해준다고 분석했다. 통상 약 33%를 영업이익이라고 추산할 경우 25억달러(약 2조6500억원)의 추가 이익이 발생한다. 폭스콘도 17일에 앞서 150만대의 아이폰을 출하했다고 발표해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미풍에 그칠 것이란 비관적 전망도 적지 않다. 이미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이 장악하기 시작한 중국 시장에서 비싼 가격의 아이폰이 가진 한계 때문이다. 아이폰5S는 5288위안(약 93만원)으로 중국인 월 평균 임금을 초과한다. 아이폰5C도 4488위안(약 85만900원)이다.

애플의 줄어드는 중국 시장 영업 이익률도 문제다. 차이나모바일에 대항하는 2·3위 통신사 차이나유니콤·차이나텔레콤도 아이폰 판매 가격을 15~25% 낮췄다. 다수 전문가는 불리한 협상 지위에 있던 애플이 차이나모바일에 이익적으로 상당 부분을 양보하는 협력 계약을 맺었을 확률이 높다고 본다.

삼성전자를 포함한 경쟁업체의 공격적인 할인과 1000위안 대 안드로이드OS 저가 스마트폰 공세도 넘어야 한다. 4G 아이폰을 축으로 삼아야지만 아직 불안정한 데다 가격도 비싼 차이나모바일의 4G 서비스도 불안하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많은 애널리스트가 애플과 차이나모바일의 계약이 `엘도라도(황금의 도시)`는 아닐 것이라 내다보지만 체력을 높여주는 데는 효과를 낼 것”이라고 전했다.

◇`삼성전자` 타격은 얼마?…중국 하이엔드 시장 뺏길까=삼성전자를 필두로 한 한국 스마트폰 업계에 미칠 피해는 클 전망이다. 로이터 실적 예측 집계에 따르면 올해 삼성전자의 모바일 기기 사업 성장률은 애플이 입힐 타격 탓에 한 자릿수에 머물 전망이다. 2007년 이후 8배 성장률을 기록한 이력으로 봤을 때 성장세가 크게 느려질 것이란 예측이다. 가장 큰 이유가 애플과 차이나모바일의 계약이다. 많은 전문가는 삼성전자가 지난 4분기 이미 타격을 입기 시작한 반면 애플의 성수기 판매가 늘었다고 지적한다. 쿡 CEO도 “지난 4분기 중국에서 아이폰 판매가 최고점을 찍었다”고 말했다.

애플의 대화면 아이폰 출시도 삼성전자엔 위협이다. BNP파리바는 애플과 차이나모바일의 협업, 그리고 애플의 대형 디스플레이 제품 출시가 삼성전자의 갤럭시S·노트 시리즈 매출을 3% 가량 깎을 것으로 내다봤다.

밥 오도넬 테크널리시스 창업자는 CNBC에 “애플과 차이나모바일 계약의 최대 루저는 `삼성`”이라며 “삼성의 시장 점유율이 줄어들 것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톰 캉 카운터포인트 리서치 디렉터는 “삼성전자가 애플에 하이엔드급으로 맞서거나 200달러 대 저가 스마트폰으로 대항할 수 있다”고 전했다.

?지파트너스 보고서를 인용한 USA투데이는 “삼성전자가 애플과 차이나모바일의 계약으로 1위 자리를 위협받고 저가 시장에서는 중국산 현지 스마트폰 기업에 밀릴 수 있다”며 `샌드위치` 사태를 경고했다. 차이나모바일은 애플과 삼성전자 외에도 샤오미, 비보, 오포, 고메, 레노버를 포함한 10개 중국 모바일 기기와 4G 서비스 기기를 공급하는 추가 계약을 체결했다.

3G 시장에서 뒤처져 궁지에 몰린 차이나모바일의 상황이 삼성전자에는 더 위협이다. 지난해 3분기에 설립 이래 처음으로 순익이 감소해 애플 아이폰 효과가 절실하다. 월스트리트저널이 입수한 전문가 분석에 따르면 차이나모바일은 대규모 아이폰 마케팅 비용과 보조금 지원을 계획하고 있다.

애플이 크게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지난 7년간 차이나모바일과 돈독한 협력 관계를 맺어왔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2013년 3분기 중국 시장 점유율이 전년 14%에서 크게 늘어난 21%로 뛰어 올라 1위 자리를 굳히며 승승장구했다.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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