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황창규號 SWOT 분석
황창규 KT 회장 내정자의 최대 약점은 통신·서비스에 경험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 공공과 민간 성격을 동시에 지닌 KT 조직의 특수한 상황을 놓고 보면 황 내정자 특유의 강한 리더십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황 내정자가 이 같은 약점을 얼마나 빨리, 어떻게 극복하는지에 따라 최고경영자(CEO)로서의 안착과 KT 경영 정상화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는 게 KT 안팎의 분석이다.
KT 사장 출신 인사는 “황 회장이 통신과 서비스에 전문적 지식과 경험 없이 KT를 잘 이끌지 의문”이라고 우려했다. 이 인사는 “통상적으로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간 이질감은 극복하기 어렵다”며 “반도체 제조와 통신 서비스의 괴리감은 하드웨어-소프트웨어 간극 이상”이라고 덧붙였다.
서비스 중심 B2C 비즈니스와 제품 품질이 곧 경쟁력인 제조업은 본질이 다르다는 것이다. 제조업은 생산량을 늘리거나 비용을 절감하고 가격을 통제하는 방식으로 시장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하지만 통신 경쟁력은 필수설비 보유와 시장 선점, 우량 주파수 등 주파수 등 희소자원 확보 등 다양한 변수에 따라 좌우된다.
한 대학 교수는 “KT에는 공공성과 민간기업 성격이 섞여 있다”며 “황 내정자가 국가 기간통신사업자로서 공공성을 추구하는 동시에 이윤을 창출해야 하는 미션을 이해하지 못하면 필패”라고 강조했다.
전문성이 없는 상태에서 강한 리더십을 발휘하려다 보면 엇박자도 우려된다. 황 내정자는 2010년 3월 지식경제부 연구개발(R&D) 전략기획단장에 취임한 직후 국가과제를 직접 점검하겠다는 명목으로 전체 R&D를 5개월 동안 중지시켰다.
당시 과제에 참여한 연구원은 “8월이 돼서야 예산이 집행됐지만 12월까지 결과물을 내야 했다”며 “본인이 모든 것을 챙길 수 있다는 과도한 자신감으로 일선 R&D 조직은 큰 혼란을 겪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KT에 지지 기반이 없다는 사실도 아킬레스건이다. KT 임직원의 전임 경영진에 대한 불신과 불만은 팽배하지만 이들이 반대급부로 황 회장을 전적으로 지지한다는 보장도 없다. 자칫 변화를 거부하는 기득권 세력 저항이 구체화될 가능성도 여전하다.
뚜렷한 지지 세력이 없는 만큼 인사와 조직 등 의사결정에서 자유로울 수 있지만 회장 취임 이후 개혁 조치에 힘이 실릴지도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그렇다고 무리하게 기반을 구축하려고 하기도 어렵다. KT그룹 고위 관계자는 “황 회장이 인위적으로 지지 세력을 구축하려 한다면 자칫 파벌 조성 등 전임 경영진 전철을 반복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황 내정자의 소통 능력도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제조업과 달리 통신 서비스는 각양각색 소비자, 시장의 룰을 결정하는 정부를 상대해야 한다. 정부를 비롯한 이해관계자와 소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황 회장에게는 생경한 노동조합과의 관계 설정도 중요하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