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황창규號 SWOT 분석
“KT는 많이 망가져 있는 자동차에 비유할 수 있다. 운전자(CEO)가 아무리 탁월한 운전 실력을 가졌다고 해도 정비가 먼저 이뤄지지 않으면 제대로 앞으로 나아가기 어렵다.”
미래창조과학부 고위관계자는 KT를 `망가진 자동차`에 빗대어 분석했다. 미래부 내에서도 KT 사정에 정통한 것으로 알려진 이 관계자는 “제대로 된 정비 없이는 액셀러레이터를 아무리 강하게 밟아도 속도가 나지 않고 브레이크를 밟아도 멈춰서지 않는다”고 비유했다.
27일 KT의 정식 수장을 맡게 될 황창규 신임 회장 내정자에 위협 요소 중 첫째가 조직이다. 현재의 KT는 분명히 정비가 필요한 조직이지만 상황은 만만치 않다. 우선 경쟁사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인력이다. 2013년 3분기 기준 KT 전체 인력은 3만2000여명이 넘는다. 2009년 같은 시기 3만7000여명 규모에 육박했다. 그해 말 이 전 회장이 드라이브한 강력한 구조조정으로 단일 기업 최다인 6000여명이 한꺼번에 명예퇴직, 3만1000여명까지 줄인 후 현재 수준에 머물러 있다.
하지만 경쟁사에 비하면 여전히 조직 규모가 방대하다. SK텔레콤은 유선 사업을 담당하는 SK브로드밴드와 합쳐도 직원 수가 5500여명에 불과하다. 특히 아직도 많은 수를 차지하고 있는 유선통신 분야는 시장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구조조정이든 업무 재배치든 인력 변화에 대한 불가피한 상황이 존재하지만 내부 반발이 상당할 전망이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2009년 당시에도 인위적 구조조정이나 압력은 없다고 했지만 업무 전환이나 전배 등을 조건으로 압박했다는 잡음이 일었다”며 “아무리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를 무리 없이 이끌었다고 평가받는 황 내정자라고 해도 노조라는 상대가 있는 KT 인력 구조를 단칼에 재정립하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BT 출신`으로 상징되는 외부 영입인사가 주요 사업에 결정권을 쥐고 있는 상황도 황 내정자에게는 위협 요소다. 조직 쇄신 차원에서 이들의 대폭 `물갈이`가 진행되면 다시 사업을 정상화하는 데 상당한 시일이 걸릴 수 있다. 그와 반대로 영입 인사와 함께 가고자 한다면 `조직 혁신이 없다`는 심각한 내·외부의 반발에 부딪힐 것으로 예상된다. 나아가 `원래 KT`로 지칭되는 KT 출신 인사의 상징적 영입 여부도 조직을 끌어안는 해법 중 하나로 제시되지만 황 내정자의 경영 스타일상 쉽지 않다.
이 전 회장이 벌여놓은 사업 역시 정비 대상으로 꼽힌다. 글로벌 기업 도약을 목표로 야심차게 추진했던 `검은 대륙 프로젝트`는 KT의 적극적인 해명에도 내부에서부터 수익성 우려와 실행력에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100억원대 배임 혐의를 받으며 검찰 수사선상에 오른 KT OIC와 KT이노에듀 편입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시한폭탄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 전 회장이 2009년부터 2011년까지 계열사를 갑절 이상 늘렸지만 이 중 절반 이상이 적자라고 분석하며 “황 내정자의 사업 재정비 과정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