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시장에 이어 유료방송시장에서도 불법 보조금 경쟁이 과열되고 있다. 전화와 방송을 묶은 결합상품을 구매하면 명품백을 지급하는 마케팅까지 등장했다. 수시로 바뀌는 보조금이나 경품 규모 때문에 유료방송시장에서도 소비자 차별 피해가 심각해지는 양상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통신사업자들이 방송통신위원회의 휴대폰 가입자 보조금 규제가 강력해지자 `인터넷과 IPTV`쪽으로 시선을 돌려 과다 보조금을 뿌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뒤질세라 케이블 방송사업자들도 보조금과 경품 규모를 확대하면서 시장이 극도로 혼탁해지는 양상이다. 이 같은 가입자 유치경쟁은 점유율 규제 변화를 담은 방송법 개정을 앞두고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방통위가 정해 놓은 경품금액은 초고속+IPTV(DPS)는 22만원, 초고속+IPTV+인터넷전화(TPS)는 25만원이 한도다. 그러나 통신사들은 모바일에 인터넷, 집전화, IPTV를 결합하면 대대적인 할인을 해주는 것도 모자라 경품 지급 한도인 최대 25만원을 넘어 40만~55만원 상당의 현금과 명품백, HP노트북, 삼성 LED TV 등의 경품을 지급하고 있다.
통신사 결합상품은 기본 약정이 2~5년으로 한 번 가입하면 이용자를 장기간 묶어 둘 수 있기 때문이다.
통신업계가 결합상품 마케팅을 강화하면서 케이블 방송(MSO)도 비슷한 결합상품을 내놓고 맞불 경쟁에 나섰다. 이 때문에 과도한 경품과 보조금으로 소비자 차별 피해를 야기하는가 하면 장기 약정계약으로 소비자가 이를 어길 시 막대한 위약금을 무는 피해사례도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통신 결합상품 피해구제 신청 건수가 2010년 64건이었던 데 비해 2012년에는 138건으로 2.2배 증가했다. 결합상품은 통상 장기 약정계약을 맺어 계약의 이행과 해지 과정 등에서 통신사와 소비자 사이에 마찰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피해구제 신청 이유는 `부당한 요금청구`가 가장 많았고 `계약해제 및 해지 과정의 부당성` `위약금 문제` 등이다.
이런 문제가 지속되자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와 KT,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SK텔레콤 등 초고속인터넷 사업자는 지난해 9월 30일에 `초고속인터넷 결합상품 파파라치 신고포상제`를 도입했다. 그러나 현장 게릴라 영업, 텔레마케팅(TM)과 온라인, 전단지 등 가입경로가 다양하고 복잡해 여전히 불법행위는 성행하고 있는 중이다.
이종관 미래미디어연구소 연구정책실장은 “가입자 규모가 플랫폼 사업자에게는 영향력의 크기이기 때문에 가입자 유치 경쟁이 심화되는 것”이라며 “과다한 경품지급 등은 이전에 가입했던 사람들의 돈을 갖고 새롭게 가입하는 사람들에게 지원하는 형태고, 막대한 위약금을 물리는 등 통신사의 과도한 해지방어 행위는 정부가 개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방송과 통신이 결합되는 상황에서 규제 수단인 법은 방송법, 전기통신사업법, IPTV법 등으로 나눠져 있는 것도 문제다. 위성방송과 IPTV를 묶은 OTS에서 과도한 결합할인을 할 경우 위성방송법인지, IPTV법인지 어느 법으로 위반행위를 규제해야 하는지 판단이 애매하다. 이 정책실장은 “방통위가 융합 시대의 결합상품을 어느 법으로 규제할지 가이드라인을 세우고, 일정부분 만들어져 있는 법적 제도적 장치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