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국가`의 저자 사울 싱어는 “이스라엘처럼 되지 말고 한국 고유의 방식을 찾으라”고 조언했다. 많은 국가가 스스로 장점을 보지 못하고 다른 국가를 모방하려 한다는 것이다. 그는 “각 국가가 가진 장점을 기반으로 새로운 혁신을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한국과 이스라엘은 서로의 강점을 활용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안을 생각해야 한다”고 마무리했다.
#이스라엘을 창업국가로 만든 에후드 올메르트 전 총리는 “한국형 창조경제는 기술력 있는 로컬 스타트업이 다국적 네트워크를 통해 글로벌에 진출한다면 도약할 수 있다”며 “한국이 가진 제조업 인프라 등을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이스라엘처럼 자원은 없지만 청년들의 열정 등 다양한 장점을 가지고 있는 나라기 때문에 한국형 창업국가를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스라엘에서 만난 전문가들은 한국이 가진 강점에 대해 다양한 분석을 내놨다. 대기업을 중심으로 형성된 제조업 인프라, 중국과 일본 등 동아시아 내 지정학적 위치, 훌륭한 인적자원 등을 꼽았다. 이들은 이런 강점을 기반으로 `한국형` 창업국가를 만들라고 조언했다.
우선 대기업과 스타트업 연계를 끈끈하게 강화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스타트업은 혁신에 강하고 운영 노하우나 네트워크가 약하지만 대기업은 사업을 확장해 시장에 적용하는데 강점이 있기 때문이다. 최근 다양한 글로벌 업체가 이스라엘 스타트업을 찾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사울 싱어는 “한국 대기업이 가진 제조업 인프라를 스타트업에 내주는 형식이나 네트워크 일부를 공유하는 것도 고려할만 하다”고 말했다. 최근 미래창조과학부 산하 글로벌창업정책포럼이 추진하는 일과 맞닿아 있다. 포럼은 중소·중견기업의 대기업의 시장 창출 및 기술 역량을 전수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 중이다.
중국과 일본 등 아시아 시장과 가까운 점도 장점으로 꼽았다. 이스라엘은 주변국이 적국이지만 한국은 다르다는 것이다. 특히 비슷한 문화권이자 신흥 시장인 중국에 대한 관심을 키우라는 조언이다. 나스닥 상장 전문가 로니 에이나브는 “나스닥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영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유대인 인맥을 기반으로 한 글로벌 네트워크가 탄탄히 구축되어 있어서다”라며 “다른 언어, 다른 문화권에서 사업을 성공시키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한국도 아시아 벤처 네트워크 등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는 방안을 정책으로 연계시키는 것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실패를 용인하는 문화와 이스라엘 청년의 당돌한 후츠파 정신을 배우라는 조언도 이어졌다. 우리나라가 지난해 연대보증 폐지 등의 법안을 구체화하며 초석을 닦았다면 이젠 `하면 된다`는 식의 한국형 기업가정신과 사회적 분위기가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스라엘에서 가장 큰 종합대학인 텔아비브 대학의 요셉 클라프터 총장은 “우리는 실패를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로 보지 않는다”며 “도전을 하는데 있어서 중요한 인센티브”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도전을 하면서 위험을 수용하고 첫 번째 시도가 안되면 두 번째 시도는 될 것이라는 확신을 가져라”고 덧붙였다.
허정윤기자 jyhu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