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무안경 3D 영상 시대를 열자

인간의 어느 감각이 우위에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무엇보다도 앞이 보이지 않는 세상은 상상조차 힘들다. 그렇기에 미디어 사용자가 보다 실감나고 차별화된 경험을 선사하는 디스플레이에 대한 관심을 멈추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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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무선 인터넷과 정보통신기기 발달로 사용자가 접하는 정보의 양과 질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다. 여기에 개인이 보유한 콘텐츠를 실감나게 표현하고 싶어하는 욕구가 더해져 새로운 디스플레이 개발의 촉매제가 됐다.

디스플레이 업계로서는 과열 경쟁 상태인 평판디스플레이 시장 진입 장벽을 높일 혁신적인 기술 개발을 서둘러야 할 과제를 안은 셈이다. 경쟁의 룰에 변혁을 가져올 3차원(3D) 디스플레이에서 우위를 확보해 차세대 디스플레이 주도권 경쟁에서 앞서 나가야 한다.

3D 디스플레이 기술은 지난 1838년 휘트스톤의 스테레오스코프 연구가 처음 진행된 이래 산업적으로 여러 차례 도전이 있었다. 1920년대에는 최초로 3D 상업 영화 `파워 오브 러브(Power of Love)`가 상영됐지만 적청 안경을 사용하는 애너글리프(anaglyph) 방법 때문에 눈의 피로가 심했다.

1950년대에도 헐리우드 영화 배급사들이 3D 영화를 제작했지만 질적 완성도가 떨어지고 기술적으로도 어지러움 유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실패했다.

그러던 중 2009년 영화 `아바타`의 흥행은 3D 영화의 폭발적인 성장을 불러일으켰다. 편광 안경 방식 개선과 입체 영화 제작·촬영 기법 향상에 힘입어 3D 영화 부흥기를 맞이했다. 이제 3D 콘텐츠·방송은 거대한 시대적 흐름을 형성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3D 디스플레이 시장 전망도 긍정적이다. 세계 3D TV 시장은 올해 30억달러에서 오는 2018년 170억달러 규모로 성장, 3D 디스플레이의 가장 큰 응용 분야가 될 전망이다. 국내 3D TV 시장 규모도 2020년 2조4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교육·의료·방송·군사·게임 등과 융합하며 고부가가치 신시장도 창출할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무안경식 3D 디스플레이 구현이 차세대 디스플레이의 최종 목표점이 아닐까 생각한다. 현재 연구 중인 가장 이상적인 무안경식 3D 디스플레이 기술은 홀로그래피다. 홀로그래피는 실제 물체 형태를 다양한 방향에서 관찰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양안 시차 방식에 비해 자연스러운 입체 영상이 가능해 시각피로가 없는 완전한 3D 영상을 구현할 수 있다. 그러나 방대한 정보처리 양과 홀로그래피 전용 디스플레이 패널 개발 같은 난제를 해결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주목받는 기술이 `초다시점(Super Multi-view) 디스플레이`다. 기존 디스플레이 기술을 활용하면서 양안 사이에 수많은 시점 영상을 표현하는 것이다. 특수 안경 없이도 양안식 방식보다 자연스러운 3D 영상을 제공한다. 완벽한 3D 영상을 구현하는 홀로그래피 전 단계의 가장 현실적인 대안 기술이다.

지난 1990년대 말 일본이 처음 제안한 초다시점 방식은 도쿄농공대·NHK 등에서 활발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NHK는 오는 2017년 초다시점 방식과 유사한 집적영상 방식으로 방송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45억달러 투자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헝가리에서는 다수의 프로젝터를 이용해 조합한 광선을 실재감 있는 3D 영상으로 구현하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전자부품연구원·KIST·서울대 등이 초다시점 시역(viewing zone), 콘텐츠 처리 등을 연구하고 있다.

안경식 3D 디스플레이 방식의 성공을 발판삼아 초다시점 디스플레이가 조기에 글로벌 산업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국가 차원의 집중적이면서도 장기적인 대형 연구개발 지원이 필요하다.

윤명현 전자부품연구원 정보통신미디어연구본부장 mhyoon@ket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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