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3배 빠른 롱텀에벌루션(LTE) 서비스가 상용화되고 각종 웨어러블 스마트기기가 쏟아져 나오면서 소비자는 더욱 풍성한 서비스를 제공받을 전망이다. 소비자가 체감할 서비스의 향연 뒤에는 마치 `우아한 백조의 물갈퀴`처럼 이통사 기술 개발진의 치열한 노력이 숨어 있다.

SK텔레콤·KT·LG유플러스 이통 3사의 최고기술책임자(CTO)들은 새해 주목해야 할 숨겨진 기술로 빅데이터 분산 처리 시스템 `하둡(Hadoop)`과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논의가 시작된 소프트웨어 정의 네트워크(SDN)·네트워크 기능 가상화(NFV) 기술을 꼽았다. 소비자에게 비교적 생소하지만 이 기술들은 우리 삶을 다시 진화시킬 전망이다.
◇빅데이터로 `딱 맞는 혜택` 제공
변재완 SK텔레콤 미래기술원장은 새해 눈여겨봐야 할 기술로 빅데이터 분산 처리 시스템인 `하둡`을 꼽았다. 하둡은 대용량 데이터의 관리·분석·전송을 합리적인 비용으로 수행할 수 있는 오픈소스 프로그램이다.
SK텔레콤은 지난해부터 사내 하둡 전담팀을 구성, 매일 20테라바이트(TB)씩 생성되는 가입자 사용 정보 데이터 분석에 착수했다. 여기에는 통화량과 데이터 서비스 사용 패턴 등이 포함된다.
SK텔레콤은 새해 하둡이 분석한 빅데이터를 상품 기획과 마케팅에 실제로 적용할 계획이다. 가입자를 위해 보다 정교한 상품 설계를 하는 데 하둡을 통한 데이터 분석이 기초자료가 된다. 변 원장은 “예를 들어 경쟁사로 이탈하는 가입자군의 사용 자료를 패턴화하면 우리 서비스에 부족한 점이 무엇인지 파악할 수 있다”며 “기존의 데이터베이스관리 시스템으로는 이처럼 방대한 데이터의 분석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하둡이 각광받고 있다”고 말했다.
◇새해 SDN 시범사업 본격화
홍원기 KT 종합기술원장은 지난해부터 이슈가 되기 시작한 소프트웨어정의네트워크(SDN) 기술이 새해에는 본격 적용될 것으로 전망했다. 홍 원장은 “지난해까지 기술 타당성을 검증했다면 올해에는 시범 사업을 시작하고, 내년에는 상용화 단계를 밟게 된다”고 말했다.
SDN은 네트워크 장비에서 제어 부문을 소프트웨어화해 중앙에서 소프트웨어를 프로그래밍하듯 네트워크를 제어할 수 있도록 해주는 기술이다. 핵심은 네트워크 운용의 유연성과 효율성이다. 홍 원장은 “네트워크 구축 비용은 대부분 외산 장비업체들에 지급되기 때문에 이를 줄이는 것이 국가적으로도, 소비자나 통신사에도 도움이 된다”며 “통신사 입장에서는 설비투자비와 운용 비용을 줄이지 않으면 앞으로 살아남기 어려울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KT는 지난해부터 `SDN 5개년 계획`을 시작해 SDN을 완전히 안착시킨다는 전략을 실행 중이다. 홍 원장은 “SDN은 요금 인상을 억제할 뿐 아니라 유연한 망 운용으로 가입자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자신했다.
◇`탈(脫)통신` 이끄는 네트워크 기능 가상화
김선태 LG유플러스 SD본부장은 “새해에는 네트워크 기능 가상화(NFV) 기술 기반 위에서 다양한 융합 통신서비스를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NFV 기술은 이동통신 기지국 기능을 소프트웨어로 구성해 일반 서버도 기지국처럼 활용할 수 있게 해준다.
기존의 네트워크 장비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통합된 형태로 제공되기 때문에 `올IP(All IP)` 서비스를 구현하는 데 필요한 유연성이 상당히 부족하다. 반면에 NFV를 활용하면 이동통신 기지국이 `소프트 인프라(soft infra)`가 되면서 자유롭게 변형하거나 다른 데이터 서비스와 연계할 수 있다.
LG유플러스가 지난해 내놓은 인맥관리솔루션 `유플러스 내비서`나 올IP 대화 서비스 `우와(Uwa)` 등이 이러한 NFV 기능 위에서 구현됐다. 김 본부장은 “통화까지 IP망을 통하는 `100% LTE` 가입자 비중이 새해에는 급격히 높아져 대다수 가입자가 NFV 기반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며 “시장이 놀랄 만한 다양한 탈통신 융합서비스를 새해 여러 개 내놓을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