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를 침해했다는 자료를 제출하라고 법원에서 이야기해도 안 하면 그만입니다. 권고사항이지 강제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강제하지도 않는데 누가 `나 침해했소` 하며 자료를 제출하겠습니까. 법원에서도 위험 부담이 크기 때문에 손해배상액을 낮게 산정합니다.”
우리나라 특허 침해 손해배상액이 낮은 이유를 물었을 때, 한 변호사 답변이다. 다른 기업의 특허를 도용한 침해자(피고)가 특허권자(원고)의 권리를 뺏고도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 배경에는 손해배상액 제도가 있다.
배상액이 낮아 쉽게 `도둑질`을 할 수 있다는 얘기다. 침해한 특허를 이용해 얻은 이익이 배상액보다 크니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라는 의미다. 특허 소송에 휘말렸던 한 중소기업 대표는 “특허 소송비용도 보전하지 못하는 시스템이라 소송을 포기하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미국은 `징벌적 손해배상액` 제도를 도입했다. 고의 침해가 입증되면 판사 재량으로 실제 손해액의 세 배까지 배상하라고 할 수 있다. 중국도 지난해 초 `불법 경영액`이라는 개념을 도입해 지식재산(IP)권 침해 시 배상해야 하는 금액을 상향 조정했다.
징벌적 손해배상액 수준은 아니라도 우리나라 특허 침해 손해배상액은 너무 비현실적이라고 업계는 지적한다. 미국처럼 강력한 침해 입증 자료 제출 의무(디스커버리)도 없어 배상액을 적정 수준으로 산정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우리 기업은 권리를 침해받아도 보상받지 못하는 생태계에서 사업을 이끌어가는 셈이다.
지금 국가지식재산위원회는 특허 침해 손해배상액 현실화를 위한 작업에 들어갔다. 입법 개정 형태로 판사 재량권을 강화하고 침해 입증을 강제하는 방향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지재위뿐 아니라 국회, 법원 등 관계기관에서도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발 빠르게 대처해야 한다. 특허 침해 손해배상액은 발명자가 창출한 아이디어의 가치다. 손해배상액이 적다는 것은 그만큼 사회가 아이디어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해주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