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갑오년, 다시 꿈을 얘기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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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비록 세상의 눈치를 보는 가련한 월급쟁이지만, 왕년에는 대한민국 신인류 X세대였고…인류 역사상 유일하게 아날로그와 디지털 그 모두를 경험한 축복받은 세대였다.”

얼마 전 종영한 케이블 드라마 `응답하라 1994`의 마지막회 `1990년대에게` 내레이션 중 일부다. 2014년에 생각해보니 벌써 20년 전이다. 드라마 속 1990년대 청춘의 풍경에는 전자·IT기업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겼다. 드라마 소품으로 CD플레이어, 브라운관TV, 삐삐, 시티폰, 폴더형 피처폰이 차례로 지나갔다. 미국 메이저리거가 된 `칠봉이`와 친구들은 `다음`메일로 안부를 나눴다. 젊음의 유행은 `하이텔` `네티앙` `프리챌` `아이러브스쿨`로 빠르게 건너갔다.

1994년은 우리나라 ICT 역사에서도 특별한 한해였다. 당시 문민정부에서 초고속정보통신망 구축을 위한 기본계획이 수립됐고, 정보통신부가 출범했다. 또 CDMA방식의 이동통신서비스와 삼성전자의 256메가 D램이 세계 최초로 개발됐다.

두근거리던 첫사랑도 익숙해지는 것처럼 새로운 기술이 사라지는 데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이것도 모르냐고 구박을 듣기가 무섭게 신기술이 등장했고, 드라마 속 주인공의 아버지는 시티폰에 전 재산을 투자해 하마터면 패가망신할 뻔 했다.

2일 회사마다 열리는 시무식에는 장기화된 불황과 경쟁 심화로 인한 `위기경영`이 강조될 것이다. 하지만 어느덧 위기는 일상이 돼 있을 터다. 디지털 피로도를 얘기하는가 싶었는데, 스마트폰은 과거가 되고 웨어러블 기기, 사물통신, 3D프린터가 눈 앞으로 다가왔다. 1990년대 캠퍼스를 누볐던 세대에게는 쉽지 않은 도전이다.

드라마는 20년 전 과거를 소환해 시청자에게 위안을 선사했다. 축복이었을 대중문화와 IT 열풍, IMF 경제위기를 함께 지나온 세대들에게 갑오년, 다시 꿈을 얘기하고 싶다. 한때는 더 빛나는 청춘이었을 그들에게, 어쩌면 더 힘들지 모를 2014년을 희망으로 뜨겁게 보듬어 보자고.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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