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창업 캠프는 '성지순례'가 아니다

“실리콘밸리가 관광이었다면 텔아비브는 군대네요.”

이스라엘에서 4주간 진행된 NIPA-요즈마 그룹 기획 `글로벌 창업캠프`에 참가한 한 스타트업 대표의 행복 가득한 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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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벤처·창업 분야를 취재하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단어는 `창업자` `실리콘밸리` `페이스북` 등이었다. 스타트업을 위한 지원책이 봇물 터지듯 쏟아지면서 실리콘밸리 생태계를 본받아 제2의 페이스북 같은 업체가 한국에서 나오길 원한다는 바람이었다. 덕분에 정부·민간 경진대회에서 우승한 업체는 필수코스로 실리콘밸리를 찾았다.

실상은 어땠을까. `성지 순례` 수준이었다. `정부 프로그램을 통해 실리콘밸리에 간 스타트업은 페이스북 안내데스크 앞에서 기념 사진만 찍고 온다`는 우스갯 소리가 무성할 정도다. 이를 반영하듯 트위터·인스타그램 등 소셜 공간(SNS)에는 해시태그(#)가 붙은 페이스북 팔러앨토 본사 사진이 가득하다.

이쯤 되니 이스라엘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 참관차 출국하면서 큰 기대가 없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텔아비브 호텔에 도착하자마자 이런 생각은 완전히 무너졌다. 로비에서만 터지는 와이파이를 붙잡고 밤낮없이 동고동락하며 사업 모델을 구상하는 10개 스타트업들의 열정을 직접 봤기 때문이다. 참가자 중 한 명은 “2주 전에도 미국에서 비슷한 프로그램 참가했는데 개발은 뒷전이고 9시부터 `뻔한` 교육을 들어야 한다며 불응할 경우 불이익을 준다더군요”라고 토로했다.

맞다. `글로벌` `액셀러레이터`만이 능사가 아니다. 화려한 이력으로 무장한 멘토진 몇 명이 진행하는 교육만 듣거나 외양에 치중한 화려한 데모 데이만 여는 것이라면 앞으로도 답이 없다.

이스라엘에서 희망을 봤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그곳에서 우리 스타트업은 수많은 글로벌 업체 중역과 만나고 수천 건의 특허를 보유한 대학 내 기술지주회사 멘토진에게 컨설팅을 받았다. 새해에는 어느 정책이 진정한 스타트업 `가속기(Accelerator)`가 될 지 옥석이 가려질 터다.

텔아비브(이스라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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