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혁신을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모델에는 어떤 게 있을까. 빠르게 성장하는 신생 기업의 대다수는 미국 실리콘밸리처럼 특정한 장소에 모여 있다. 중요한 점은 이 장소가 왜 특별한지를 아는 것이다. 재능 있는 사람, 획기적인 아이디어, 풍부한 자본과 같이 혁신에 필요한 요소를 모두 갖추고 있는 도시라도 모두 혁신도시로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벤처캐피털과 글로벌 개발의 세계적 권위자인 두 명의 저자는 `혁신 생태계`의 본질을 설명하기 위해 새로운 이론을 제시한다. 미국 실리콘밸리를 다른 곳에 만들 수 없냐는 것이다. 저자는 그 해답을 `열대우림 모델`에서 찾는다. 이 책은 기존 관념을 넘어선 혁신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을 제공한다. 저자는 다양한 동식물이 번성하는 정글 생태계에 실리콘밸리의 성공을 비교한다. 특히 열대우림 지역을 강조한다.
열대우림은 아마존과 같이 지구상에서 가장 비가 많이 내리고 고온다습한 지역으로, 수많은 동식물이 그 다양성 속에서 울창한 생태계를 이루며 번성하는 곳이다. 주어진 환경과 영양분만을 제공받는 농장같은 환경보다는 잡초가 무성한 환경에서 혁신이 탄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저자는 전한다. 구글과 애플도 한 때는 잡초처럼 이름 없고 미래가 불투명한 기업이었다.
저자가 새롭게 소개하는 열대우림 모델은 인간 사회를 하나의 생태계로 본다. 자연 생태계에서는 사람의 창의성, 비즈니스 감각, 투자 자본 등 다양한 요소가 적절히 섞여야 번창하고 지속 가능한 기업이 탄생한다. 혁신은 아이디어, 재능, 자본이 있는 사람의 `특별한 융합`으로 불꽃을 태울 수 있는 것이다.
열대우림 모델에 따르면 재능이 성공을 이끈다는 명제는 미신이다. 교육이나 과학에 투자했다고 반드시 수익이 발생되지 않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미국 주 정부가 과학과 엔지니어링 교육에 상당한 자원을 쏟지만 경제적 수익은 그만큼 거두지 못했다. 똑똑한 사람이 모였다고 해서 성공에 필요한 자본, 사업 감각, 다른 요소가 충족돼 기술 혁신을 앞당기고 성공하게 되는 것은 아니란 뜻이다. 대신 그동안 상식처럼 여겼던 명제를 뒤집어 생각해야 한다고 저자는 조언한다. 비합리적인 행동이 경제적인 선택을 지배하고, 자유 시장 경제라고 완전히 자유롭지는 않다는 점을 이해하는 것이 그 출발이다.
이 책은 열대우림의 신비한 메커니즘을 보여주며 혁신적인 생태계를 유지하고 만들 수 있는 실제 방향을 최대한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기술과 비즈니스, 리더십에 대한 사고의 전환을 가져다 준다는 평가다. 혁신에 대한 의문점을 해결하고 열대우림을 확장할 도구를 만든다면 미래는 매우 희망적일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저자 빅터 W. 황은 실리콘밸리에서 거주하는 벤처캐피털리스트이자 기업가다. 세계경제 혁신과 스타트업 성장을 도우면서 이들에 투자하는 것을 전문으로 하는 `T2 벤처캐피털`의 공동창업자 겸 최고경영자다. 그렉 호로윗은 T2 벤처캐피털의 공동 창업자이자 다양한 기술 스타트업과 생명공학 스타트업 투자자다.
빅터 W. 황, 그렉 호로윗 지음. 권중헌, 차두원 옮김. 북콘서트 펴냄. 1만8000원.
정미나기자 min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