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ICT장비 경쟁력 키울 메가 프로젝트 시급하다

정보통신기술(ICT) 장비 산업이 삼중고에 빠졌다. 메가프로젝트 실종에 세계 시장에 뒤떨어진 기술 경쟁력, 중소기업 중심의 취약한 생태계가 ICT 장비 산업의 미래를 어둡게 하는 요인이다.

최근 미 국가안보국(NSA)의 무차별 도청사실이 알려지면서 ICT 장비의 중요성은 더욱 부각됐다. 그럼에도 라우터 등 백본 장비는 100% 외산에 의존하는 실정이다.

국내에서도 삼성전자 등이 라우터 관련 기술을 연구하고 제품 상용화했지만 2000년대 중반 이후에는 모습을 찾기 힘들다. 같은 기간 중국 화웨이가 유무선을 막론하고 중소협력사 체계를 구축하며 승승장구한 것과 대조적이다. 대기업도 발을 빼는 판에 중소기업이 자체 역량으로 성공하기를 기대하기 어렵다.

화웨이와 시스코에 밀린 ICT 장비 산업 경쟁력을 키우려면 대규모 연구개발(R&D) 프로젝트가 필요하다. 과거 전전자교환기(TDX),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등 대규모 자본이 투입된 메가 프로젝트는 우리나라를 ICT강국으로 끌어올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정부는 10억원대 R&D도 흔하지 않던 1980년대 당시 1076억원이라는 파격적인 예산을 TDX 개발에 투입했다. TDX 프로젝트는 전화품질을 획기적으로 높였을 뿐만 아니라 국내 ICT 장비 산업 생태계를 일구는 데 일조했다. 896억원이 투입된 CDMA는 파생된 경제효과만 125조원을 넘는다. 부가가치 유발효과 65조2000억원과 142만명의 고용창출 효과를 일궈냈다.

최근 10년간 국내 통신 분야엔 이렇다 할 메가 프로젝트가 없었다. 와이브로 프로젝트가 있었지만 절반의 성공에 그쳤다. ICT 장비 산업을 일신할 수 있는 새 메가 프로젝트를 모색해야 한다. 5~10년 앞을 내다봐야 한다. 정부와 대기업, 그리고 중소기업·연구계가 모두 모여 핵심 장비 시장을 이끌어 갈 큰 그림을 그려내야 한다. 제각기 살아남기에 급급한 환경에서 벗어나야 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그리고 핵심장비와 가입자단에 이르는 모든 분야를 커버할 수 있는 견고한 생태계를 조성해야 산업·국가 경쟁력도 올라간다. 제2의 TDX와 CDMA 프로젝트가 시급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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