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황의 법칙`이 서비스에서도 나오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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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의 법칙`은 1년마다 메모리 용량이 두 배로 늘어난다는 것이다. KT 회장 후보로 추천된 황창규 전 사장이 삼성전자 시절 만든 법칙이다. 18개월마다 반도체 집적도가 두 배로 늘어난다는 `무어의 법칙`을 대체하면서 세계적으로 주목 받았다.

그가 만든 `황의 법칙`이 KT에서도 재현될 것인가. 그는 2000년대 중반 `황의 법칙`을 증명하기 위해 매년 드라마틱한 상황을 연출했다. 반도체 미세공정 기술이 극한의 상황에 이르면서 해를 거듭할수록 `황의 법칙`이 깨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는 힘들겠다는 분위기가 감지될 즈음, 그는 특유의 미소를 머금은 채 언론과 대면했다. 그의 손에는 방금 공장에서 뽑아낸 듯한 원반 모양의 신형 반도체 웨이퍼가 놓여 있었다. `황의 법칙`은 그렇게 하나의 신화가 됐다.

`황의 법칙`은 하나의 상징이다. 한국 기업이 좀처럼 창출하지 못한 `퍼스트 무버`의 원형이라는 얘기다.

`황의 법칙`의 이면에는 많은 노력이 숨어 있었다. R&D센터, 파일럿 생산라인, 실제 양산라인 등으로 이어지는 개발·생산 인력뿐만 아니라 마케팅과 영업 인력까지, 모두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면서 탄생한 것이다.

그의 능력은 이런 거대한 오케스트라를 꾸리고 지휘하는 것으로 요약된다. 위기의 KT가 황 후보에게 거는 희망이 여기에 있다. 어쩌면 해법은 간단하다. 사람을 잘 쓰는 것이다. 제2의 황의 법칙도 다시 드림팀이 꾸려질 때 가능하다.

그런데, 그런 그에게도 경고음이 울린다. 주위의 의견을 경청하는 것이나 다양한 사람을 쓰는 데 인색해졌다는 것이다. 특정 인맥을 고집하거나 지나치게 자신만을 믿는 스타일로 변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모두 삼성을 떠나서의 일이다. 제2의 이석채가 될 수도 있다는 평가가 흘러나오는 배경이다.

그런 의미에서 황창규 사단이란 또 다른 `낙하산`이 비집고 들어올 가능성은 없을까. `제2의 황의 신화`가 서비스 부문에서 나오려면 이런 쓴소리에 귀기울일 줄 알아야 한다는 평범한 조언을 되새겨야 할 일이다.


김원배기자 adolfki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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