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ICT 장비 산업`에 독이 된 인터넷 강국. 생태계 기초 허약

위기의 ICT장비 산업 진단

국산 ICT 장비 생태계는 구조는 매우 허약하다. 주력 제품 대부분이 외산으로 대체 가능한 품목으로 채워져 있다.

그나마 경쟁력은 낮은 가격과 구축 사이트에 맞는 최적 조건을 맞출 수 있다는 것 정도지만 최근에는 이마저도 글로벌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치고 들어오며 장점이 바랬다.

2000년대 초반 이후 급격하게 불어닥친 인터넷, 이동통신 광풍은 국산 솔루션이 채 자랄 틈을 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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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사들은 당장 쓸 수 있는 ICT 장비가 필요했고 국내 업계는 상대적으로 접근이 쉬운 가입자 장비나 중계기에 집중해야 했다. 결국 핵심 장비가 들어갈 곳은 죄다 외산이 차지하는 결과를 낳았다.

ICT 인프라가 빨리 성장하며 수주처와 장비 공급사간 `갑-을` 관계가 뼛속깊이 자리한 것도 생태계 구조를 허약하게 만든 원인이다.

솔루션에 제 값을 치르지 않는 시스템은 시장이 좋을 때는 과실을 나눠 먹으며 갈등을 수면 위로 드러내지 않았지만, 통신사 수익구조가 악화되자 바로 하위 생태계를 쥐어짜는 고질적인 병폐를 야기했다.

통신장비 업체 한 임원은 “삼성전자 기지국 솔루션 정도만 통신사에 협상력을 가지고 있다”며 “나머지는 수주결과, 공급가, 유지보수 조건 등 기업 생존조건을 모두 통신사가 쥐고 있는 셈”이라고 털어놨다.

장비 경쟁력을 확보해도 사업이 쉽지 않다. 국산 ICT 장비에 대한 인식 수준이 워낙 척박하기 때문이다.

공공부문이 대표적이다. 공공기관 통신 관련 사업에는 대부분 ICT 비전문가가 참여하는 탓에 외산 선호도가 여전히 높다. 장비에 대한 인사이트가 얕아 구축 후 장애 발생시 책임을 면하기 위해서다.

국산 장비를 선택했다 에러가 나면 책임을 져야 하지만 외산 장비 장애에는 관대한 분위기가 팽배하다.

글로벌 브랜드 장비를 썼다는 것 자체가 도입과 구축 과정에서 최선의 노력을 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인력과 전문성이 부족한 지방에서는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통신 솔루션 업체 한 관계자는 “공공 사업에서 국산이 가격, 성능 면에서 상대적으로 우위를 기록해도 결국 외산 장비로 결정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며 “항의를 하면 심한 경우 담당자가 `제발 사정을 봐 달라`며 거꾸로 하소연하는 상황도 벌어진다”고 말했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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