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불투명한 시장 전망, 갈 길 잃은 중소 업체

위기의 ICT장비 산업 진단

중소 ICT장비 회사들이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당장 내년 먹거리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업계획이 불투명한 가운데 미래를 위한 R&D 투자는 언감생심이다.

이 같은 불확실성은 통신사와 공급사가 철저한 `갑-을` 관계로 얽혀 신뢰가 없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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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사는 자사 로드맵을 공개하길 꺼리고 사업도 유동적으로 진행한다. 공급권을 빌미로 잡힌 장비 회사들은 여기에 휘둘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국내 전송장비회사인 A사는 2000년대 후반부터 대용량 다중서비스지원플랫폼(MSPP)을 국내 한 통신사와 함께 개발하기 시작했다.

기존 레퍼런스를 바탕으로 공급이 유력했지만 적용 일시가 늦어지면 많은 개발비를 감당하지 못해 결국 사업을 경쟁사에 양도했다.

사업을 받은 B사도 통신사로부터 관련 수주를 기대했지만 기술 진화 등을 이유로 프로젝트가 전면 홀딩되며 수십억 규모 자금을 허공에 날려버렸다.

당시 사업에 참여했던 한 인사는 “철저하게 통신사 편의로 진행된 프로젝트”라며 “업체 타격이 예상되는 시점에서도 정확한 지침이 없어 관련 사업을 접을 수도 없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정부는 2012년부터 매년 이동통신3사를 대상으로 통신장비 수요예보제를 실시해오고 있다. 내년부터는 공공기관으로 이를 확대할 계획이다.

중소 ICT 장비업체들의 사업 가시성을 조금이나마 덜어주자는 취지다. 하지만 이를 더욱 구체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신장비 업체 한 사장은 “교환, 전송, 가입자, 이동통신 등으로 분류된 체계를 보다 기술, 장비, 사업별로 분류해야 실질적인 도움을 얻을 수 있다”며 “통신사는 구체적인 망 진화 계획을 업계와 공유하고 예측 가능한 사업 진행으로 중소 업체가 최소한 피해는 받지 않도록 배려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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