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온라인 쇼핑몰 시장 명과 암
중국이 국내 온라인 쇼핑몰 업계에서 새로운 기회의 땅으로 떠오르고 있다. 중국 내 정보통신 인프라가 확충되면서 인터넷 사용자는 물론이고 자국 내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를 중심으로 온라인 쇼핑 이용자가 폭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개인 온라인 쇼핑몰 창업주들은 잇따라 중국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포화 상태에 이른 국내 시장에서 벗어나 한류 붐이 지속되고 있는 중국에서 블루오션을 개척할 계획이다. 하지만 성공적으로 현지에 안착해 승승장구하는 창업주가 있는 반면에 막대한 피해를 입고 사업을 철수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중국 전자상거래 시장은 진입 장벽이 낮은 만큼 실패 위험성이 높은 양날의 검으로 자리 잡고 있다.
◇대륙으로 향하는 국내 창업주
중국 시장 진출을 타진하는 국내 온라인 쇼핑몰 창업주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국내 시장을 크게 웃도는 온라인 쇼핑 인구 수를 기반으로 투자자본수익률(ROI)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전자상거래 통합 솔루션 전문업체 메이크샵을 운영하는 코리아센터닷컴(대표 김기록)은 올해 자사 다국어 솔루션 `메이크 글로비`를 활용해 중국 현지에 진출한 국내 온라인 쇼핑몰 수를 지난달까지 약 350개로 집계했다. 100여개에 머물렀던 지난해보다 세 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국내에서 쇼핑몰을 운영하는 창업주가 해외 소비자에게 상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DGG(Delivery Guarantee Global)` 솔루션으로 중국 시장에 뛰어든 온라인 쇼핑몰은 지난해 200개에서 올해 700개로 늘었다.
카페24를 운영하는 심플렉스인터넷(대표 이재석)에서는 올해 1813개 온라인 쇼핑몰이 현지 결제수단 알리페이와 결제 모듈을 연동할 수 있는 `글로벌 비즈니스 플랫폼`을 기반으로 중국 시장에 진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선태 카페24 해외사업총괄 이사는 “중국은 인터넷 인프라를 앞세워 세계 최대 온라인 쇼핑 시장으로 성장하고 있다”며 “홍보 마케팅 진행 시 국내 시장 보다 매출 상승효과가 크기 때문에 중국으로 향하는 국내 창업주가 늘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차이나 리스크
중국 전자상거래 시장 공략에 나서는 한국인 창업주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현지 소비 성향과 유통 체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사업에 실패하는 사례도 부지기수다.
현지 시장 사정에 맞지 않는 가격 정책이 대표적이다. 일례로 중국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상품군 가운데 하나인 국내산 패션·의류 상품은 세관 통과 시 통상 10%를 웃도는 관세를 물어야 한다. 배송비, 포장비, 환율변동 등 추가 비용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판매자는 이윤(마진)을 높이기 위해 상품 가격을 높일 수 밖에 없다. 패션·의류 쇼핑몰이 주로 박리다매로 저가형 상품을 판매하는 것을 감안하면 가격 상승은 곧바로 시장경쟁력 약화로 이어진다.
메이크샵 상하이지사 측은 “중국 시장은 타오바오, 아마존 차이나, 징동, 큐텐 등 다양한 온라인 쇼핑몰이 활성화되면서 가격경쟁력이 주요 마케팅 포인트로 자리 잡았다”며 “한국에서 운영하는 쇼핑몰의 가격 정책을 중국에 그대로 적용하면 경쟁에서 밀려날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시장 몰이해에 따른 투자 실패는 대규모 금전적 손실로 이어지고 있다. 한 쇼핑몰은 중국 시장 진입 초기 바이두, 웨이보 등 현지 포털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수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마케팅 비용을 투자했지만 소비자 반응이 적어 결국 철수했다. 국내 포털과 비슷하거나 더 비싼 광고비용을 도저히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쌍하오이 메이크샵 상하이지사 마케팅담당은 “중국에 진출한 한국 온라인 쇼핑몰 가운데 평균 20%가량은 현지 마케팅 전략에 실패한다”며 “단기간에 수익을 내기 위해 일정 기간 진행하는 유명 포털 광고에만 집중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관계(콴시)를 중요시하는 중국 소비자 성향을 사전에 파악해 지속적으로 브랜드를 노출할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기회는 분명히 있다
중국에서는 국내 유명 온라인 쇼핑몰 이름과 사진 등을 도용한 상품은 물론이고 모조품(짝퉁)이 공공연하게 유통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현지 유통망에서 신뢰도를 공고히 구축하는 한편으로 자체 브랜드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해 메이크샵 솔루션으로 중국에 진출한 의류 전문몰 봉자샵은 올해 월 평균 1억원에 달하는 매출을 올리고 있다. 오픈 당시보다 40%가량 증가한 수치다. 중국 시장 진출과 함께 바이두를 중심으로 다양한 바이럴 마케팅을 진행하는 것은 물론이고 웨이보 계정으로 꾸준히 현지 소비자와 소통한 덕분이다.
카페24에서 문을 연 여성의류 브랜드 스타일난다가 기록한 올해 중국 시장 매출은 지난해 대비 158%가량 늘었다. 중국 알리바바의 티몰과 협력해 적극적으로 판로를 확보한 것이 비결이다. 이 쇼핑몰은 현지 `QQ메신저` 등을 활용해 현지 고객에게 자체 브랜드 상품을 지속적으로 알리고 있다.
허재영 메이크샵 상하이 지사장은 “중국은 해외 업체 상품에 관세를 더 부과하는 등 국내 온라인 쇼핑몰이 진입하기 어려운 구조”라며 “블루오션이라고 성급히 뛰어들었다가는 실패하기 십상”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지 소비자 성향을 반영한 철저한 마케팅 전략이 성공의 열쇠”라고 조언했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