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방된 공공정보 유용성 논란
#도시계획 설계전문 중소기업인 A사는 국토교통부 국가 공간정보오픈플랫폼인 `브이월드`의 데이터를 활용, 서비스 제공을 위해 연초부터 관련 시스템을 구축했다. 그러나 A사는 연말 국토부 관계자로부터 황당한 얘기를 들었다. 지도데이터와 함께 공시지가 데이터를 공개하기로 했는데, 이 데이터가 민감해 개방을 하지 않기로 방침을 바?다는 것이다. A사는 신규 서비스 모델을 출시하지 못한 채 난감해 하고 있다.
#B사는 정부3.0 정책에 따라 공공기관에서 개방되는 각종 정보를 활용, 보다 세밀한 상권분석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 각 기관별로 개방되는 공공정보를 모아 서비스 체계를 마련하는 중 문제가 생겼다. 핵심 데이터인 지방자치단체의 인허가 정보가 개방되지 않아 서비스를 만드는데 어려움이 생긴 것이다. 결국 초기 모델이 아닌, 축소된 모델로 서비스를 시작했다.
정부3.0 정책으로 중앙부처는 물론 공공기관들이 앞다퉈 공공정보 개방을 추진하지만 실제 민간에서 필요한 데이터는 여전히 공개되지 않고 있다. 공공정보가 지나치게 개방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보니 개방 건수만 신경 쓸뿐 민간 활용을 위한 제대로 된 수요 파악이 안 돼 있다는 지적이다. 각종 규제로 인해 공공기관의 정보개방에 한계도 있다. 오픈애플리케이션프로그래밍인터페이스(API) 기반에서 제공하는 공공데이터는 사용자 편리성이 떨어진다는 것도 문제다.
◇정부3.0, 단순 정보 개방에만 초점 맞춰
안전행정부는 지난 9월 `공공정보 개방 및 공유 활성화 방안`을 마련해 국무회의에서 보고했다. 안행부는 정부3.0 구현을 위해 공공기관에서 생성되는 문서를 대부분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31만건에 불과한 공개 문서를 새해에는 4억9000만건, 2015년에는 6억7000건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공무원의 문서 생성과 동시에 공개를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단순 문서가 아닌 유의미한 가치가 있는 정보 공개는 지난 6월 현재 공공기관 전체 단위업무 중 2.5%에 불과하다. 시도교육청이 17.3%로 가장 높고 중앙부처 8.4%이지만, 가장 많은 업무를 갖고 있는 지방자치단체가 2.3%에 불과하다. 이를 확대하겠다고 수립한 계획도 역시 전체 업무대비 3.3%에 불과하다. 즉 생성된 문서 원문을 단순 공개하는 것에는 적극적이지만, 이를 활용할 수 있도록 정보를 융합, 유의미하게 제공하는 노력에는 적극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현재 사전정보공표라는 이름으로 여러 정보를 융합해 제공한 사례는 △교육부의 8559개 유치원 학부모 실제 부담금 정보 △식약처의 일본산 수입식품 방사능 검사결과 △복지부의 건강보험 비대상 의료비용 비교자료 등 일부에 그친다.
외부 한 전문가는 “공공기관이 정부의 눈에 들기 위해 공공정보 개방 건수 확대에만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라며 “정부3.0 정책은 공공정보 개방으로 행정의 투명성 제고도 있지만, 민간에서 필요로 한 데이터를 개방해 신시장 창출도 중요한 한 축”이라고 강조했다.
◇DB 개방 앞서 민간 수요 파악해야
정부가 보유한 정보를 데이터베이스(DB)화해서 제공하는 데이터 개방도 추진 중이다. 정부는 연말까지 총 726종 데이터를 공개하고 새해에는 2067종 데이터를 개방한다. 2015년에는 1580종, 2016년에는 871종 데이터를 공개해 공공DB 개방을 지속적으로 확대한다.
그러나 공공 DB 개방에 앞서 민간 수요 파악이 적절하게 이뤄지지 않아 기업들이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 개방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상당수 공공기관이 데이터 개방 건수만을 신경 써 숫자만 늘릴 뿐 기업이 필요로 하는 데이터는 민감정보라는 이유로 개방을 기피하고 있다.
데이터 개방을 기피하는 이유는 가장 먼저 심각한 데이터 오류율 때문이다. 실제 현장과 시스템에 입력된 데이터가 불일치한 경우가 많다. 공공정보 DB의 데이터 품질을 높이기 위해 정부가 지난 몇 년간 꾸준히 노력해왔지만 여전히 오류율은 심각한 수준이다.
데이터 개방에 따른 민원 제기도 공개를 기피하는 배경이다. 국토부가 브이월드에 공개를 하지 않은 공시지가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외 지방자치단체의 인허가 정보 등 상당수가 공개에 따른 민원 제기 등을 우려해 개방하지 않고 있다.
이에 안행부는 공공데이터전략위윈회를 출범, 현재 16%에 머물고 있는 공공정보 개방율을 2017년까지 60%로 끌어 올린다는 계획이다. 특히 기상·특허·교통 등 산업적 파급효과가 큰 15대 전략 부분을 선정 우선적으로 개방하기로 했다.
안행부 관계자는 “공공데이터전략위원회가 출범하면 공공정보 개방은 이제 개별 기관에서 결정하는 것이 아니고 위원회에서 범정부 차원으로 결정하게 된다”며 “공공정보 개방에 따른 민간 활용도는 지금보다는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법·제도 정비로 사용자 편리성 높여야
공공정보 활용을 높이기 위해 제도적인 정비도 필요하다. 민간에서 필요로 한 상당수 공공정보는 개인정보보호법을 적용, 개방이 어렵다. 개인의 사적 정보는 아니지만, 해당 분야가 아닌 다른 분야에서 활용하기 위해 개인 동의를 얻어야 하는 정보가 많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개인정보보호법은 물론, 기상산업진흥법·통계법·약사법·저작권법 등 33개 법령을 정비해야 한다.
오픈 API 방식으로 제공되는 공공 데이터에 대한 사용자 편리성 제고도 이뤄져야 한다. 지난 10년 동안 정부가 1000억원을 들여 통합한 국가 공간정보를 오픈 API 방식으로 제공하고 있지만, 여전히 국내 많은 기업들은 구글 등의 외국계기업으로부터 고가의 비용을 지불하고 공간정보 데이터를 가져다 사용한다. 이는 공간정보 데이터를 가져다 내부에 적용하는 데 외국계 기업에서 제공하는 데이터가 편리하기 때문이다.
한 기업 관계자는 “공공 데이터를 오픈 API로 개방했다고 해서 민간에서 그 데이터를 가져다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며 “오픈API 플랫폼에 접속은 많이 하지만, 실제 이를 가져다 활용한 사례가 적은 것은 그만큼 사용하기가 불편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신혜권기자 hk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