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MB 4龍의 몰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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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시절, 막강한 권력을 갖고 국내 금융 시장을 좌지우지하는 인물이 있었다. 금융 4대 천왕, 혹은 4룡으로 불린 어윤대 전 KB금융 회장, 김승유 전 하나금융 회장, 이팔성 전 우리금융 회장, 라응찬 전 신한금융 회장이다.

MB맨으로 불리는 이들의 파워는 금융당국도 건드리지 못할 만큼 막강했다. 하지만 현직을 떠난 4대 천왕은 줄줄이 금융당국의 조사를 받으며, 체면을 구기고 있다. 일각에서는 동양그룹 사태로 치명타를 입은 금융당국이 이를 만회하기 위해 `4대 천왕` 카드를 꺼낸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4대 천왕 재직시절, 은밀하게 진행했던 경영 면면을 보면 개운치 않다. 어윤대 전 회장은 2010년 7월부터 올해 7월까지, 김승유 전 회장은 2005년 12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이팔성 전 회장은 2008년 6월부터 올해 6월까지, 라응찬 회장은 2001년부터 2010년 10월까지 자리를 지켰다.

김승유 하나금융 전 회장은 4000여점에 달하는 미술품을 고가에 구입했다. 은행이 4000여점의 미술품을 도대체 어디에 쓰려고 구입한 건지 알 수가 없다. 라응찬 전 회장도 최근 정치인 불법계좌 의혹이 불거지면서 특별 검사가 이뤄져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비자금 조성부터 불완전 판매, 불법 사찰까지 금융 수장으로 과련 이런 일을 했을지 경악스러울 정도다. 현재 국민과 신한, 하나은행에 대한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우리은행 검사도 지난달 말 종료됐다. 금융감독원이 어떤 결과를 내놓을지 벌써부터 4대 은행은 좌불안석이다.

이유 불문하고 이들 4대 지주 회장들의 조사는 강력하고 엄중하게 진행돼야 한다. 국민은행 사태는 물론이고 하나금융의 고미술품 구입을 통한 비자금 의혹, 우리금융의 부실 파이시티 사업, 신한금융의 불법 사찰 의혹 등에 한 치의 의혹도 있어선서는안 된다.

금융당국은 특별 검사 등을 통해 선제적으로 4대 금융그룹을 치유하지 않으면 제2의 동양 사태가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들이 경영했던 금융사는 개인의 사금고가 아니다. 서민과 수십 년을 함께 호흡한 대한민국 대표 금융사다. 이제라도 대한민국의 대표 금융사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썩은 살부터 확실히 도려내야 한다. 국민의 신뢰를 저버린 금융사가 과연 국민이 땀흘려 번 돈을 관리할 자격이 있는지 묻고 싶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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