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발전된 상하수도 관련 정책 및 기술과 함께 재정 지원 등에서 전통적 우호관계가 지속적으로 강화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페르난데스 무스타파 두란 콜롬비아 주택도시국토부 차관이 지난 5월 콜롬비아를 방문한 우리 환경기업 대표단에게 전한 말이다.
국내 환경산업의 중남미 시장 개척이 불씨를 댕기고 있다. 국민 소득 1만달러를 넘어서며 조금씩 환경오염과 배출문제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는 환경산업 블루오션을 개척하기 위해서다. 환경부는 올해 중남미 지역을 대상으로 한 시장개척단 운영으로 상수도, 폐기물, 대기환경 분야에서 수출 확대를 꾀하고 있다.
◇상하수도 인프라 중남미에 뿌리 내린다
올해 중남미 환경산업 진출은 멕시코, 콜롬비아, 코스타리카 3국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환경부와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은 환경기업과 함께 이들 나라를 돌며 박람회와 세미나에 참석하고 비즈니스 미팅, 양해각서(MOU) 교환 등을 수행했다. 향후 환경 프로젝트 협력의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평가다.
포문은 지난 5월 콜롬비아와 멕시코 양국에 환경기업 대표단을 보내면서 열었다. 대표단은 정부 고위급 회의와 하수도 개선 마스터플랜 수립 착수보고회에서 현지 진출기회 확대를 모색했다. 현대건설(콜롬비아), 포스코건설(멕시코) 등으로 구성된 마스터플랜 수행기업은 방문국별로 중앙정부 고위관계자 면담과 주요 지방정부 방문에서 환경개선 마스터플랜 수립사업 협력계약을 체결했다.
콜롬비아는 국민 삶의 질을 향상하고자 2014년까지 하수도 분야에 총 52억달러를 투자할 예정이다. 중남미 국가 중 신흥 물 시장 블루칩으로 부상하고 있는 곳이다. 이번 대표단 방문으로 우리 기업의 수주지원에 전진기지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로 대표단은 콜롬비아 자치지역환경청과 환경기술 협력강화 MOU를 교환하기로 약속하고 입찰 진행 중인 3억5000만달러 규모 살리트레 하수처리장 건설 사업에 한국 기업 참여방안을 논의했다.
멕시코와도 상하수도 분야 협력 강화 및 성공적 사업 마스터플랜 수립을 위한 주정부와의 면담이 이뤄졌다.
멕시코의 평균 상하수도 보급률은 90%대다. 하지만 하수처리율은 35%로 중남미 주요 21개국 중 17위에 불과해 설비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다.
특히 멕시코 상하수도 마스터플랜 사업은 지난해 12월 한-멕시코 간 환경협력 MOU를 교환한 이후 진행하는 환경협력 출발점으로서 그 의미가 크다. 멕시코는 한국의 선진 하수처리기술을 전수받아 주변 국가의 롤 모델이 될 수 있도록 연방정부 차원에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임을 약속했다.
9월에는 그린카라반으로 불리는 중남미 시장개척단을 파견해 멕시코, 콜롬비아 환경협력을 더욱 공고히 하는 기회를 마련했다. 그린카라반은 환경부와 외교부 등 5개 기관과 대우건설, 포스코건설, 대우인터내셔널 등 15개 기업이 참여해 12일간의 일정으로 일대일 비즈니스 미팅에서 실질적인 환경 프로젝트 수주를 지원했다.
◇중남미 시장 폐기물·대기환경 분야로 영역 확대
그린카라반은 중남미 진출 지역 다변화와 함께 진출 분야를 폐기물 및 대기환경 분야로 넓히는 기점이 됐다. 멕시코와는 환경, 물, 그린시티 분야에서 비즈니스 기회를 모색했고 콜롬비아와는 하수도 개선사업에 이어 천연가스 버스 등 대기환경 분야에서 협력 의지를 공유했다. 또 다른 중남미 시장 개척 유력지인 코스타리카와는 폐기물 재활용, 에너지화 등 친환경 폐기물 처리 문제에서 협력 확대 의사를 확인했다.
멕시코를 방문한 국내 기업은 중남미 최대 규모 환경산업 행사인 `멕시코 그린엑스포 박람회`에 참가해 `그린 코리아`를 주제로 한국 홍보부스를 마련, 우수한 환경기술을 알렸다. 박람회장 내에서만 60여건의 즉석 비즈니스 미팅이 열리는 등 중남미 현지 바이어의 한국 환경기술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 멕시코 환경기업과의 일대일 비즈니스 미팅도 총 30회 가까이 열려 구체적 협력 사업 발굴과 시장 진출을 이끌 현지 협력업체를 확보하고자 노력했다.
멕시코는 한국의 하수처리 지하화 및 자동화 시스템과 관련해 지속적 협력 사업을 추진하고 경전철 건설 프로젝트와 연계한 천연가스버스 시범사업도 추진할 예정이다.
콜롬비아에는 대우건설, 두산중공업, 선진엔지니어링, 그린엔텍, 엔진텍, 암펠로스, 하이젠 일곱 기업이 그린카라반 단원으로 활동했다. 이들 기업은 KOTRA 보고타 무역관 주선으로 현지 21개 환경산업 기업과 33회의 비즈니스 상담회를 가졌다.
기관으로는 환경산업기술원이 콜롬비아 지역환경청 및 쿤디나마르카 공공사업청과 환경협력 MOU를 교환했다. 이들 기관은 앞으로 환경기술, 환경인력 교류, 환경 프로젝트에 환경산업기술원과 협력한다. 협력 분야는 물, 대기, 폐기물, 자연보호 등 환경 분야 전반이다.
코스타리카와는 정부 차원 폐기물 관련 협력 MOU를 교환했다. 환경부와 코스타리카 보건부는 폐기물 통합관리 정책 및 체계, 유기 폐기물, 바이오매스 사업 부문에서 협력을 모색할 계획이다. 내년에는 폐기물 분야 마스터플랜 수립 지원 토대 마련으로 향후 환경 분야 사업에서 국내기업 수주 가능성을 증진시킨다는 복안이다.
코스타리카는 물과 폐기물 기술에 큰 관심을 보였다. 코스타리카는 적은 인구에 비해 수질오염 문제가 심각하다. 특히 폐기물 처리에서 단순 매립 방식을 개선하려는 위생매립장 도입, 폐기물 재활용, 에너지화 등이 초기 단계여서 협력 확대 여지가 많은 상황이다.
코스타리카에는 9개 국내 엔지니어링 기업이 개척단으로 참여해 45회 비즈니스 상담회를 실시했다. 특히 코스타리카 대사관 주선으로 15개 현지 기업과 열린 일대일 비즈니스 상담회는 협력 희망 분야 자료를 미리 공유해 맞춤형으로 열려 적극적 상담활동이 전개됐다.
환경산업기술원 관계자는 “중남미 환경 시장은 우리나라의 1980년대처럼 경제성장과 국민소득 증대가 급격히 진행되면서 빠르게 커가고 있다”며 “산업 성장 추세가 비슷했던 만큼 국가적 환경산업 노하우를 적용해 시장을 개척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중남미 그린카라반 성과
자료: 한국환경산업기술원
◆480조원 유럽시장 진출을 위한 첫발
글로벌 기업의 유럽 환경산업 진출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열리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 기간 동안 국내 14개 환경기업은 바르샤바 현지에서 `그린프로젝트 파트너십` 행사를 개최하고 현지 기업과 환경프로젝트 상담을 가졌다.
이번 행사는 480조원에 이르는 중동부 유럽 환경시장 진출을 타진하고자 추진됐다. 중동부 유럽 지역은 유럽연합 기금 최대 수혜국가인 폴란드를 비롯한 루마니아, 불가리아, 체코, 크로아티아 등 환경 개선 프로젝트가 활발히 시작되고 있는 국가가 한데 모여 있는 곳이다.
특히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2020년까지 3360억유로를 지원하는 대규모 환경 프로젝트를 시작할 예정이어서 세계 환경기업의 관심을 받고 있는 지역이다. 파트너십 행사에서도 현지 기업이 국내 환경기술에 각별한 관심을 표명하는 등 환경산업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행사는 환경산업 해외 진출을 위해 환경부, 중소기업청, 환경산업기술원, KOTRA 등 정부와 공공기관 네 곳이 협력해 마련했다. 상하수도, 폐기물, 대기 분야 `프로젝트 상담회`와 EU 기금을 활용한 프로젝트 수주방안을 논의하는 `그린 콘퍼런스`가 진행됐다. 14개 국내 기업은 폴란드, 루마니아 등 5개국 82개 발주처와 총 208건, 25억유로 규모 프로젝트 상담을 가졌다.
폴란드 라돔시 환경 공기업인 라드펙은 1억유로 규모 쓰레기 소각로 건설에 포스코E&C와 긴밀하게 상담을 진행했다. 체코 프라하시는 내년 발주 예정인 5억유로 규모 상수도처리시설 건설 프로젝트에서 선진엔지니어링과 협력하기로 했다. 탈취설비 업체 엑센은 루마니아 히드로프라호바와 상하수도 공사 프로젝트 관련 업무협약을, 수처리 전문기업 코비는 루마니아 물기업 협회와 협약을 체결하는 성과를 거뒀다.
윤승준 한국환경산업기술원장은 “그동안 서유럽 기업이 독점했던 중동부유럽 환경시장에 우리 기업이 진출하는 계기가 됐다”며 “앞으로 기업 활동을 더욱 넓히고 가시적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