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산업 메카`로 알려진 광주첨단산단의 분위기가 무겁다.
LED와 광통신으로 대변되는 광주 광산업이 장기화된 경기침체와 시장 미개화 여파로 주춤거리고 있어서다.

21일 현장에서 만난 대기업과 중소기업 담당자들은 하나같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LED칩과 모듈을 생산하는 A사의 가동률은 지난해 말부터 `제로`다. 사업부를 수도권으로 이전하는 극약처방을 내렸지만 해마다 적자는 쌓여가고 있다. A사가 수십억원을 들여 구입한 유기금속화학증착장비(MOCVD)는 활용처를 찾지 못해 먼지만 뒤집어쓰고 있다. A사에 LED부품을 납품하는 B사의 매출도 작년 대비 40% 가까이 줄었다.
광파워 분배기 시장은 추운 날씨만큼이나 얼어붙었다. 한때 세계시장의 80%를 점령한 광파워 분배기는 중국의 교란작전과 국내기업 간 출혈경쟁으로 시장기반이 붕괴된 상태다. 일부 기업은 인력 구조조정, 지분 매각 등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 업종전환을 추진 중인 회사도 다수 파악됐다. 올해에만 20여곳의 중소기업이 문을 닫거나 개점 휴업상태다.
지난해 지역전략산업진흥사업이 종료되면서 광 관련 지원기관들의 경영도 비상이다. 당장 내년부터 예산부족이 우려되기 때문에 직원들은 각종 평가 준비와 사업기획에 밤잠을 설치기 일쑤다. 예산이 줄면 사업 축소와 몸집 줄이기가 불가피하다.
지역특화사업에서도 광산업은 빠져 있어, 2015년부터는 부족한 예산을 나눠 써야 할 처지다. 자칫 광산업이 눈칫밥을 먹는 천덕꾸러기가 될 수도 있다는 소리다.
광산업은 의료, 자동차, 농업, 조선 등 타산업과의 융·복합이 용이한 산업이다. 신시장을 만들 수 있고 일자리 창출과 같은 시너지 효과도 크다. 정부가 광산업을 육성한 이유다. 현재 광산업 시장은 위축돼 있지만, 자동차, 조선, 농업 등과의 융합 시장은 어느 산업군보다 가능성이 높다.
광산업은 단기적 시각이 아닌 중장기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될성부른 싹`을 키우기 위해 정부의 지원과 기업의 뼈를 깎는 노력이 어느 때보다도 절실하다.
광주=서인주기자 si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