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현지시각) 덴버에서 공개된 `슈퍼컴퓨터 세계 톱 500` 순위에서 중국 `톈허2호`가 1위를 차지했다. 우리나라가 보유한 슈퍼컴퓨터 순위는 기대 이하다. 기상청이 보유한 `해담·해온`은 각각 110, 111위에 올랐다.
기상청 해온을 기준으로 슈퍼컴퓨터 순위를 보면 2011년 20위에 오른 뒤 매년 후퇴하고 있다. 2012년 55위, 올해 6월 91위, 그리고 이번에 100위권 밖으로 떨어졌다. 순위로만 본다면 `슈퍼컴퓨터에 신경을 쓰지 않나` 의문을 가질 수 있지만, 뚜껑을 열어보면 이야기는 조금 달라진다.
500위권 안에 등재된 경험이 있는 해담·해온,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의 타키온 정도다. 그러나 이 슈퍼컴퓨터 모두 국산이 아니다. 해당 기관은 주기적으로 미국 등에서 슈퍼컴퓨터를 구입한다. 기관 관계자에 따르면 슈퍼컴퓨터 구입 주기는 약 5년, 구입 예산으로 500억원 이상이 든다고 한다.
한번 구입한 슈퍼컴퓨터는 5년 동안 사용해야 한다. 새 슈퍼컴퓨터가 도입되기 전에는 `톱 500` 순위에서 떨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마저도 예산이 적절하게 확보되지 않으면 도입 시기는 늦춰질 수밖에 없다.
슈퍼컴퓨터를 수입하는 상황에서 샛별처럼 등장한 것이 `천둥`이다. 시중제품을 이용해 만든 국산 슈퍼컴퓨터 `천둥`은 저렴한 가격뿐 아니라 저전력으로, 지난해 개발이 완료됐을 때 이목을 이끌었다. 그러나 천둥을 실제 현장에서 사용할 날은 요원하다. 한 슈퍼컴퓨터 전문가는 “천둥은 신뢰도 등 인증과 시험단계를 거쳐야 한다”면서 “개발보다 중요한 것이 활용 안정성 문제”라고 설명했다. 국산 컴퓨터가 빛을 발하려면 개발뿐 아니라 활용 측면에서 검증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미다.
우리나라는 2011년 슈퍼컴퓨터 육성법을 마련하고 지난해 `국가슈퍼컴퓨팅육성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세계 톱10 수준 슈퍼컴퓨터를 개발하고 활용을 극대화하자는 목표를 세웠다. 정부 유관기관 관계자는 “기본 계획을 위한 추가적인 예산 확보가 늦어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개발된 국산 컴퓨터는 안정성 문제가 언급되고 예산도 부족하다. 빅데이터 시대 대비와 슈퍼컴퓨터를 이용한 재해·재난방지 등을 국정과제로 내세운 정부가 움직임을 보일 때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