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선진국들이 기후변화 대응에 노골적으로 발을 빼는 모습이다. 개도국들은 필리핀 태풍 피해의 사례를 언급하며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선진국의 책임있는 모습을 촉구하고 있지만 선진국들은 오히려 감축 목표를 줄이는 등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진행 중인 제1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가 난항을 겪고 있다. 신기후체제가 도입되는 2020년 이전과 이후의 감축방식을 놓고 선진국과 개도국이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당장 2020년까지 온실가스 감축 방안인 교토의정서 2차 공약의 비준이 문제다. 지난해 카타르 도하에서 채택된 2차 공약 개정안이 발효되려면 전체 4분의 3인 144개국의 비준이 필요하지만 19일 기준으로 4개국만 비준을 마친 상황이다. 개도국들은 선진국의 신속한 비준을 촉구하고 있지만 선진국들은 중국, 인도 등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개도국의 동참을 요구하며 버티기를 하고 있다.
그동안 기후변화 대응에 적극적이었던 선진국들도 발을 빼는 모습이다. 일본은 최근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1990년 대비 25% 감축`에서 `2005년 대비 3.8% 감축`으로 하향 조정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화석연료 사용이 늘었다는 게 이유다. 탄소세 폐지를 추진 중인 호주는 이번 총회에 대표단조차 보내지 않았다. 캐나다는 매년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대 수준으로 줄이겠다는 교토 협약을 지키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팽팽한 줄다리기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개도국들은 필리핀을 강타한 초강력 태풍 `하이옌`으로 선진국들을 압박하고 있다. 필리핀의 예브 사노 기후변화담당관은 이번 총회에서 `의미있는 결과(합의)`를 촉구하며 12일부터 단식 중이다.
중국과 브라질 등 개도국 모임 G77을 포함한 132개국은 산업혁명시대 이후 배출된 온실가스 총량을 연구하자고 제안했다. 기후변화와 관련한 선진국의 `역사적 책임`을 묻기 위한 개도국들의 반격이지만 선진국들의 거부로 추진 여부는 불투명하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필리핀 태풍 피해가 보여줬듯이 기후변화는 미래세대를 위협하고 있다”며 “이번 바르샤바 총회는 내년 리마(20차)와 내후년 파리(21차) 총회로 가기 위한 중요한 디딤돌인 만큼 당사국들이 정치적 리더십을 보여달라”고 주문했다.
이번 회담에서 도출된 결과물은 2015년 파리에서 협약으로 서명돼 2020년부터 효력이 생긴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