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신약 연구개발 단계별 소요기간 및 성공 확률

평균 개발기간 20년, 개발 비용 1조원, 성공 확률 1만분의 1. 이 수치는 신약을 개발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여실히 보여준다. 험난한 여정의 최일선에 서울대학교 의약바이오컨버젼스연구단이 있다. 연구단은 신약개발의 엄청난 기간과 비용, 그에 반해 턱없이 낮은 성공확률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혁신적 신약개발 플랫폼`을 구축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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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 개발의 여러 단계 중 연구단이 집중하는 부문은 `신약 타깃 발굴과 검증`이다. 최근 충분히 검증된 타깃을 발굴하는 것은 신약개발 과정에서 실패 리스크를 크게 줄여, 신약 개발의 기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는 요소로 주목받고 있다. 이 단계는 제약회사가 신약을 개발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지만 제약회사가 직접 할 수 없는 분야다.

신약 타깃 발굴은 심도 깊은 기초 연구와 분자 수준에서 중개 연구까지를 아우르는 통합적 분석 능력이 요구되는데 제조와 마케팅 등에 초점을 둔 제약기업들이 타깃 발굴을 직접 감당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따르기 때문이다. 연구단은 다양한 신약 개발 치료용 약물 타깃을 발굴해서 세계 제약기업에 공급하는 세계 최초이자 세계 최고 수준의 `타깃 팩토리(Target Factory)`를 구축하려 한다.

신약 타깃을 공급함에 있어서도 제약 기업이 확신을 가지고 신약개발에 임할 수 있도록 이른바 `식스 팩 시스템(Six Pack System)을 도입했다. 발굴한 타깃은 총 6가지를 검증 후, 패키징해서 제약 기업에 공급한다. 신약개발 시간과 비용은 낮추고 성공확률을 획기적으로 높이겠다는 얘기다.

최종적으로 세계 제약기업이 암 등 각종 질환에 관련된 신약 타깃을 쇼핑하고 이를 가져가 신약을 개발할 수 있게 함으로써 인류 건강 증진에 기여한다. 연구단은 지난 수십 년간 이어져온 기존 신약개발 과정을 혁신하기 위해 새롭고 특별한 아이디어들을 연구에 활용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팀 스트럭처(Team Structure)다. 기존 신약개발 과정은 타깃발굴, 약물설계, 약물검색, 질환모사 이렇게 4가지 과정이 자동차 조립 공정 컨베이어 벨트와 같이 순차적으로 진행되는 선형구조로 돼있다. 그러나 선형구조는 앞 단계의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다음 단계 연구자들은 차례가 올 때까지 마냥 기다려야 하는 문제가 있었다.

게다가 앞쪽 단계 연구자와 뒤쪽 단계 연구자 사이에 상호 협의가 잘 이루어지지 않아 초기 시행착오가 조속히 교정되지 않는 등 개발 기간이 길어지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했다.

연구단은 이러한 선형구조를 혁신하기 위해 모든 개발 과정이 동시 다발적으로 진행되는 순환형 연구개발 시스템을 개발했다. 중앙연계센터를 두어 각 분야에서 개발되는 새로운 기술과 정보가 서로 교환되도록 하여 개발 과정의 시행착오를 최소화하고 개발 기간을 단축할 수 있도록 했다.

연구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이면서도 이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각종 부작용을 최소화 하겠다는 전략이다. 지난 2010년 노벨상 수상자이자 바이오학자인 필립 샤프 박사를 비롯해 12명의 MIT 석학은 백서를 통해 바이오 융합이 분자세포생물학의 발견해 인간 게놈지도의 완성에 이어 제3의 혁명이 될 것이라고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연구단은 BT 한 분야만으로는 지금의 신약개발 정체현상을 해소할 수 있는 `혁신`을 이뤄낼 수 없다는 판단에 연구 전반에 `융합`을 녹여냈다. 연구 기법 혁신과 실용화를 위해 각 분야의 엔지니어와 공동 연구에 나서는 등 BT가 가지고 있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IT, NT, 엔지니어링(ENG) 등 다양한 전공자들을 구성원으로 참여시키고 있으며 연구 과정에서 도출되는 다양한 문제들을 혁신적으로 해결하는데 융합을 활용하고 있다.

과학기술 발달로 인류의 수명이 늘어남에 따라 암, 성인병 등 각종 질병으로 고통받는 사람들도 함께 늘어나고 있다. 또 신종 플루와 같은 신종 질병들도 끊임없이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치료할 신약의 개발은 전 세계적으로 정체현상에 시달리고 있다.

`신약의 고갈`로 전 인류의 생존이 근본적으로 위협받고 있는 현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대한민국은 2010년 서울대학교 김성훈 교수를 단장으로 의약바이오컨버젼스연구단을 출범시켰다. 연구단은 2019년까지 미래창조과학부와 경기도로부터 매년 120억원을 지원받아 연구를 진행한다. 연구단은 지난 3년간 셀(Cell), 네이쳐(Natuer) 자매지, PNAS 등에 총 100여편의 논문을 발표했으며 이와 함께 관련 특허 100건을 출원하는 등 매우 주목받는 성과를 창출하고 있다.

생명과학은 인류 생존과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분야임에도 불구하고 일반인들에게는 어렵고 먼 딴 세상 이야기로 치부되기 일쑤다. 생명과학의 경우 연구 결과를 IT나 ENG 등과 같이 바로 눈앞에 바로 보여줄 수 없고 산업화로 연계되는 실용화 지수가 낮다 보니 생기는 현상이다.

연구단은 생명과학이 가지고 있는 심오하면서도 아름답고 놀라운 것들을 대중들에게 쉽게 소개하고 함께 즐기는 장을 마련하려 한다. 김성훈 의약바이오컨버젼스연구단장은 “이 같은 노력들은 생명과학자들에게는 더 열심히 연구에 임할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한다”며 “특히 청소년을 비롯해 대중들에게는 생명과학에 한걸음 더 다가서는 계를 마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약타깃 발굴에서 신약개발까지의 절차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