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그룹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반도체 사업체인 동부하이텍을 매각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누가 동부하이텍을 인수할지 업계 관심이 뜨겁다.
반도체를 포함한 국내 산업 지형도에 변화를 가져오는 시발점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동부하이텍 인수를 추진할 가능성이 있는 후보군으로는 삼성·현대차·SK·LG 등이 거론된다. 동부그룹이 처분할 동부하이텍 지분은 37%로 이를 전량 인수하는 데 드는 금액은 현재 시가총액(2800억원) 기준으로 1000억원 규모로 추정된다.
삼성·SK는 반도체 사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사업상 연관성이 크다는 점에서 동부하이텍에 관심을 둘 가능성이 큰 후보군이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도 아날로그 반도체 사업을 일부 하지만 비중이 크지 않고 이미 세계 최고 수준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어 희소성이 있는 기술력을 가진 업체가 아니라면 관심을 갖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차량용 반도체 사업에 뛰어든 현대차그룹도 개연성 있는 동부하이텍 인수 후보자로 언급된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4월 자동차 전자제어 전문기업인 현대오트론을 설립했다. 차량용 반도체는 차종별 맞춤형 제작으로 `규모의 경제`가 어려워 그동안 국산화가 이뤄지지 않았으나 최근 자동차에 탑재되는 시스템 반도체 수가 200여개로 크게 늘면서 현대차그룹이 직접 사업에 나선 것이다. 동부하이텍이 생산하는 아날로그 반도체는 차세대 자동차에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LG그룹도 동부하이텍에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유력 후보다. LG는 1980년대 중반 반도체 사업을 본격화했으나 외환위기 여파에 따라 1999년 정부 주도의 `빅딜`로 LG반도체(옛 금성반도체)를 현대전자(현 SK하이닉스)에 넘기면서 반도체 사업을 접어야 했다.
전자·가전을 주력사업으로 하는 기업답게 현재 반도체와 관련된 수천명의 인력을 두고 각종 제품에 쓰이는 시스템 반도체를 직접 설계한다. LG전자가 동부하이텍을 인수한다면 반도체 설계 능력에 생산라인까지 갖추게 된다.
반도체는 대표적 장치산업이다. 노하우와 기술력이 중요해 아무나 쉽게 뛰어들 수 없는 사업 분야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사업에 대한 관심과 자금력만으로는 동부하이텍 인수를 추진하기 어렵다”며 “국내 4대 그룹사는 각자 시너지를 노릴 수 있어 인수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을 것”으로 내다봤다.
동부하이텍은 1997년 동부전자로 출발해 지금까지 2조원이 넘는 자금이 투자됐으나 15년 동안 한 번도 흑자를 내지 못했으며 올해 처음 흑자를 기대하고 있다. 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은 동부하이텍과 동부메탈 등 동부그룹이 매각 결정을 내린 자산을 인수해 매각하는 안을 추진 중이다.
·이형수기자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