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원격의료, 이제는 허용해야 한다

원격의료 허용 없이 헬스케어 강국?

`집에서 혈압을 재고 주기적으로 영상전화로 의사 진료를 받는 생활.` 간단해 보이지만 10여년 동안이나 관련 제도 허용 여부를 두고 논란은 계속됐다. 지난달 보건복지부가 원격의료 허용을 골자로 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입법예고 하면서 찬반 논쟁에 불이 붙었다. 보건복지부는 국민 편의 증진과 의료산업 활성화를 위해 더는 허용을 미룰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에 대한의사협회 등은 의료전달 체계 붕괴 등을 이유로 전면 반대를 선포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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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원격의료는 막을 수 없는 세계적인 흐름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미국·유럽 등 선진국은 원격의료 허용으로 복지 수준 제고와 의료시장 확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개발도상국, 후진국들도 발 빠르게 원격의료를 도입하고 있다. 업계는 우리나라가 우수한 정보기술(IT) 역량을 보유한 만큼 제도가 도입되면 빠르게 원격의료가 확산되고, 향후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다.

◇원격의료는 `세계적인 흐름`

한국전자정보통신진흥회(KEA)는 `모바일(m) 헬스 프레임워크`를 만들고 있다. 원격의료 개념과 방법에 대한 표준을 정하기 위한 작업이다. 아직 원격의료 허용 여부가 최종 결정되지 않았지만 산업계가 나서서 글로벌 표준 제정에 나선 것이다.

이유는 하나다. 해외 시장이 열리고 있기 때문이다. 모바일 기술이 뛰어난 우리 기업에 좋은 기회가 있는데 국내 허용이 결정되지 않았다고 해서 글로벌 시장을 포기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다.

우성제 KEA 복지IT융합지원센터장은 “원격의료는 통신 인프라를 활용해 지역이라는 한계를 극복하고 서비스를 제공 할 수 있어 우리나라 기업에 적합한 사업”이라며 “향후 상당한 부가가치와 일자리 창출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투자증권 자료에 따르면 원격의료를 포함한 글로벌 u헬스 시장은 올해 2500억~3000억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BCC리서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09년 u헬스 시장 규모는 1431억달러였으며 앞으로 연평균 15.7%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등 선진국의 움직임이 가장 활발하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의료비 비중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미국은 정부 주도로 원격의료를 시작한지 15년이 넘었다. 지난 1996년 u헬스를 위한 개인정보보호규정을 마련한 후 이듬해 의료 취약 지역을 대상으로 원격의료를 시작했다. 이후 u헬스 전담부서를 마련해 원격의료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미국 홈헬스케어 시장은 2006년 9억7000만달러에서 2010년 57억달러로 성장했고, 2015년 336억달러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유럽에서는 유럽 전역의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국가 간 협력을 통한 u헬스 서비스를 추진하고 있다. 일본은 지난 1997년 정부가 정보통신기기를 이용한 진료를 허용하면서 u헬스 사업이 본격 시작됐다. 지금은 IT 기반 개혁 프로젝트에서 건강관리 부분으로 u헬스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선진국뿐만 아니라 중·후진국도 원격의료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특히 최근 개도국과 후진국에서 원격의료가 빠르게 확산되는 추세다. 글로벌 IT 기업들이 그동안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사업에 나서는 것이다. 국제연합(UN)과 세계보건기구(WHO) 등 국제기구도 열악한 의료 환경 개선을 위해 개도국과 후진국 원격의료를 권장하고 있다.

이미 태국은 휴대폰으로 결핵 환자를 원격 관리하는 사업을 진행 중이다. 환자가 제때 약을 복용하지 않아 사망 사고로 이어지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다. 이 프로젝트로 결핵 사망률을 크게 낮췄다. 파키스탄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MS)와 카네기멜론대가 참여해 모바일로 근로자 건강을 관리하는 `헬스라인(HealthLine)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의료IT업계 “원격의료 허용 반드시”

세계적인 추세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여전히 막막한 상황이다. 복지부가 의료법 개정안을 입법예고 한 후 대한의사협회 등이 전면 반대 투쟁에 나섰다. 입법예고 철회 없이는 정부와 대화도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복지부는 이르면 다음 달, 늦어도 내년 1월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다는 목표다.

의료IT업계는 내심으로는 정부 움직임을 반기면서도 수요처인 병원의 눈치를 보느라 공개적으로 환영 의사를 표현하지 못 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의사협회가 반발하는 상황에서 병원, 의원을 대상으로 영업을 하는 의료IT기업들이 대놓고 정부를 두둔할 수는 없는 입장”이라며 “하지만 이제라도 반드시 원격의료가 허용돼야 한다는 공감대는 이미 형성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번 복지부 정책이 동네의원 중심이고 만성질환자 등을 대상으로 하는 등 범위가 제한됐다는 점에서 오히려 실망의 목소리도 높다”며 “개도국들도 도입하는 원격의료를 아직까지 우리나라가 허용하지 않은 것은 상당히 후진적”이라고 덧붙였다.

원격의료 허용 효과는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지난 2011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원격의료 전면 허용시 건강보험 절감 1조5000억원, 환자본인부담금 절감 1조2000억원, 교통비 절감 1350억원 등 연간 2조8159억원의 사회적 편익이 발생한다.

경제적 파급효과는 더 크다. 제도 개선 후 5년간 직접적으로 총 3조7896억원의 부가가치가 기대된다. 간접적으로는 같은 기간 9조8603억원의 생산이 유발되고, 14만3000명의 기대 고용유발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정성적 효과도 상당하다. 무엇보다 의료서비스 수준 향상이 기대된다. 의료 소외계층의 접근성이 개선돼 보편적 복지수준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만성질환자 등 환자를 위한 체계적인 의료서비스가 제공되는 등 의료서비스 수준과 만족도 제고가 가능하다.

해외시장 진출 확대도 가능하다. 우리나라의 IT 역량과 융복합해 상당한 시너지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최근 의료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한 첫 번째 정책개선 과제로 `원격진료·조제 허용`을 꼽았다.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은 최근 한 행사에서 “50억달러 수준인 모바일헬스 시장은 2020년 2000억달러로 성장할 것”이라며 “이 시장을 잡기 위해 기술력을 갖추겠다”고 말했다.

유선일기자 ysi@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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