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PLC칩 검침률 땅속에선 `기대 이하`

한국전력공사 주도로 개발돼 국제표준에 채택된 한국형 전력선통신(PLC)칩이 지중(땅속)에서는 사용이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한전은 PLC칩을 이용해 전국 2194만가구에 원격검침인프라(AMI)를 구축할 계획이어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전KDN이 지난 7월 자체 실시한 지중 시험 결과 국제규격(IEEE1901)의 외산 PLC칩을 적용한 AMI 검침률이 100%인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에 지난 2010년 또 다른 국제규격(ISO/IEC12139-1)의 한전PLC를 적용한 테스트에서는 검침률이 50%에도 못 미쳤다.

한전PLC는 2009년 국제표준화기구(ISO)·전기기술위원회(IEC)에 채택된 이후 올해 200만가구 AMI 구축 사업에도 이 규격을 그대로 채택했다. AMI는 수용가와 전력회사 간 양방향 통신체계를 구축해 원격검침, 수요관리(DR), 전력소비 절감, 전기품질 향상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국가 스마트그리드 인프라다.

두 차례의 지중화 시험은 한전KDN AMI용 관련 솔루션 개발을 위해 진행된 것으로 수원시 영통동 1033-1번지 일대 20여가구를 대상으로 동일한 환경 조건에서 실시됐다.

시험 결과 한전PLC는 16가구 가운데 4가구만 검침에 성공한 반면에 IEEE 규격 외산칩은 24가구 모두 검침에 성공했다. 검침 데이터를 실시간 수집하는 데이터집합장치(DCU)와 가정의 스마트미터 간 검침 거리도 한전PLC는 60m인 반면에 외산칩은 100m에 달했다.

한전KDN 관계자는 “테스트는 자체 솔루션 개발을 위해 2010년·2013년 각각 국산칩과 외산칩을 적용해 지중 테스트를 진행했다”며 “한전PLC가 지중에서는 통신 성능이 다소 떨어지는 게 사실이지만 이 테스트는 내부시험으로 공정성이 완벽하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는 “절반 이하 검침률로는 상용화가 불가능하다”며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전 전력연구원은 퀄컴과 마벨의 저속 PLC칩을 포함해 한전PLC칩을 적용한 AMI 지중 테스트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결과에 따라 AMI 국책사업에 지중화 등 일부에 적용할 방침이다.

<한전KDN의 지중 AMI테스트 결과(자료:업계 종합)>

한전KDN의 지중 AMI테스트 결과(자료:업계 종합)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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