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 여자가, 병신이, 그것도 혼자서.”
정연식 `더 파이브` 감독은 영화 속 이 대사가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가장 잘 드러낸 대목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회에 소외받고 가족도, 가진 것도 없는 불구의 몸이 된 여자 주인공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정 감독은 웹툰 `더 파이브` 원작자이자 영화 연출자다.
더 파이브의 주인공 은아는 정 감독이 과거 겪었던 고통 속에서 만들어진 분신이다. 그는 주변에 도와주는 이 한명 없이 괄시받았던 상황과 은아의 상황이 비슷하다고 회고했다. 정 감독은 “부양해야 할 가정이 있지만 빚만 있고 가진 것은 없고, 더 파이브 시나리오를 쓰는데 도와주는 이는 한 명도 없었죠”라며 막막했던 제작 과정을 기억했다.
그는 상위 2~3%를 제외하고는 시나리오 작가 대우는 바닥이라며 `생존` 자체가 힘든 직업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교통사고를 당하고 병원에 누워있을 때 더 파이브를 썼다. 실제로 더 파이브 속 은아가 병원에 입원해 있을 때 상황은 정 감독의 경험에서 나왔다.
그래도 그는 과거로 돌아간다고 해도 만화가이자 시나리오 작가의 삶을 다시 선택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인생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기 때문에 특히 `꿈`과 관련된 것은 꼭 시도해봐야 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웹툰이든 영화든 상관없이 대중에게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은 것이 그의 꿈이다.
그래서인지 웹툰 작가 출신 영화감독 1호라는 호칭도 무덤덤하게 받아들였다. 더 파이브 시나리오를 먼저 썼고 이를 바탕으로 웹툰을 만들었기 때문에 사실 영화로 만들면서도 큰 어려움은 없었다고 말했다. 정 감독은 영화는 웹툰에 비해 좀 더 함축적인 의미가 있을 뿐이라고 첨언했다.
그는 “장르에 상관없이 궁극적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이야기` 그 자체”라고 강조했다. 더 파이브는 2010년 1월 원안 시나리오의 초고가 나왔고 2011년 웹툰으로 연재됐다. 영화는 이달 중순 개봉한다.
그는 계속 웹툰과 영화로 대중에 다가갈 예정이다. 그는 `보통 사람`의 이야기를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정 감독은 “TV를 보면 주인공들이 온통 재벌이고 일반인들이 몇 달치 월급을 모아도 살 수 없는 핸드백을 갖고 다니는 게 보통”이라며 대중에게 이런 `생각의 빈부 격차`를 만드는 이야기는 쓰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감독은 “허술하고 부족한 사람이 열심히 노력하지만 세상은 마음대로 돌아가지 않죠. 하지만 가족에 대한 사랑만은 넘치는 게 대다수 사람들의 평범한 모습 아닌가요?”라며 웃었다.
전지연기자 now2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