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료방송 가입자 점유율 규제 논의가 활발하다.
논의의 방향은 방송법·IPTV법의 경쟁 관련 규정을 개선, 사업자 간 규제 형평성을 확보하고 경쟁을 활성화하자는 것이다. 지난 6월 전병헌 민주당 의원이 IPTV법의 특수관계자 조항을 개선하는 법안을 발의했고, 8월에는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이 방송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두 법안 모두 동일시장에서 경쟁하는 유료방송 사업자가 동일한 규제를 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현행법상 케이블, IPTV 사업자는 시장점유율 3분의 1 규제를 받지만 위성방송은 가입자 점유율 제한 규정이 없다. 그러다 보니 IPTV와 위성방송을 모두 소유하고 있는 KT그룹은 점유율 제한을 회피할 수 있는 상황이다.
사실 유료방송 경쟁규제 문제는 진작 해소됐어야 한다. 이전 정부도, 현 정부도 `동일서비스 동일규제 원칙`을 강조하며 이러한 규제불균형을 해소하고, 신규미디어를 적극 수용해 가기 위해 방송통신 통합법 제정 논의를 해 왔지만 정확히 언제 적용될 수 있을지는 지금도 알 수 없다.
정부가 규제정비를 미뤄온 사이 KT그룹은 올해 6월 말 기준으로 유료방송 시장의 26.4%를 차지했다. 법 개정이 없다면 KT그룹은 머지않아 유료방송 가입자 점유율 3분의 1을 넘고 규제형평성 문제는 더 거세게 일어나게 될 것이다.
그런데 법이 개정되면 이전에 비해 규제를 받게 될 KT그룹이 반발하고 있다. 규제완화를 통한 창조경제를 추구하는 정부기조와 맞지 않는다는 것이 주된 명분이다. 언론도 유료방송 점유율 규제를 놓고 KT와 KT 이외의 유료방송 사업자들이 대립하고 있다고 전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사안을 사업자 간 이권 다툼으로 치부해 버리기에는 기존 유료방송 시장점유율 규제가 갖는 의미가 퇴색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
KT 주장처럼 없던 규제를 새로 만들거나 강화하는 차원이 아니라, 현재의 방송환경 속에서 이미 법규에 따라 규제를 받고 있는 사업자와 규제 회피가 가능한 사업자가 공존하는 모순을 극복하고자 함이라는 점에서 우리는 법 개정에 더욱 주목해야 한다.
방송법에 의해 케이블TV는 특정사업자 집단이 전체 77개 구역의 3분의 1, 전체 케이블 가입자의 3분의 1을 초과해 점유할 수 없다. IPTV법에서도 특정 사업자가 전체 유료방송시장의 3분의 1을 넘지 않도록 점유율 규제를 하고 있다. 이처럼 유료방송 시장에 점유율 규제를 가하는 것은 방송의 다양성 확보라는 정책목표가 있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9월 G20 정상회의 선도발언에서 “일자리 창출을 통한 포용적 성장을 위해 공정경쟁 시스템을 토대로 한 창조경제 구현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유료방송 산업이야말로 `공정경쟁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시장의 발전도 없고 콘텐츠를 앞세운 문화융성도 없다.
규제 정비를 반대하는 쪽에서는 아예 시장점유율을 사전에 규제하는 것이 부당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시장점유율 규제가 방송의 다양성 확보라는 명확한 목적 아래 만들어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어설픈 시장논리로 접근해서는 결코 안 될 일이다.
우선 유료방송 사업자가 공정한 규제환경 내에서 경쟁하도록 하고, 향후 장기적 관점에서 플랫폼 경쟁이 콘텐츠와 시청자에게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 규제완화의 조건이 충족된다면 유료방송 시장점유율 규제 완화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시급한 것은 `방송의 다양성 확보`라는 규제철학을 누구에게든 공정하게 적용해 규제목표를 달성하는 것이다.
김경환 상지대 언론홍보학부 교수 kimkw-10@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