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디스플레이 공급 과잉은 염려할 수준은 아니다.”
중국 대면적 LCD 라인이 속속 가동되면서 시장에는 공급 과잉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정작 주요 디스플레이 업체들은 정반대의 진단을 확신하고 있다. 늘어난 공급량만큼 수요도 증가한다는 것이다. 내년 디스플레이 시장 수급 전망과 생산능력 관리가 산업 전반에 미칠 파장이 크다는 점에서 이들 분석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5일 중국 외신 및 업계에 따르면 하오야빈 중국비디오산업협회 부회장은 최근 TV 수요 감소로 나타난 공급 과잉 신호에 대해 “공급 부족과 과잉 현상이 반복되고 있고 기업들의 제품 조정도 있기 때문에 공급 과잉을 걱정할 상황은 아니다”고 일축했다.
공급 과잉 전망이 제기되는 이유는 세계 최대 디스플레이 시장인 중국내 생산 능력 증설과 TV 판매량 감소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최근 투입원판 기준 월 1만7000장 규모의 쑤저우 8.5세대 라인 가동했으며, 이르면 내년 상반기 5만5000장으로 늘린다. BOE도 허페이 8.5세대 라인을 내년 초부터 가동할 예정이다. 투입원판 기준 월 3만장 정도다. LG디스플레이는 내년 하반기 월 6만장 규모의 8.5세대 광저우 LCD 공장을 가동한다. 각각 2단계 투자도 진행될 예정인데다 CSOT까지 244억위안(약 4조2490억원)을 투자해 월 10만장 규모의 2기 공장을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비해 TV 시장은 우울하다. 중국은 세계 최대 TV 시장이면서 다른 지역보다 성장세가 높다. 성수기인 지난 3분기 TV 판매량은 저조한 수준에 그쳤다. 중국 시장조사업체 AVC에 따르면 지난 6월 TV 내수 판매량은 작년 동기 대비 20% 하락했고 9월도 10% 이상 떨어졌다. 국경절 기간 중국 내 TV 판매량은 10년 만에 처음 전년 동기보다 줄었다. 4분기 판매량도 지난해보다 2%가량 감소할 전망이다.
우울한 전망에도 불구하고 디스플레이 업체들은 크게 우려하지 않는 모습이다. 중소형 제품의 수요 증가가 공백을 메우고 있기 때문이다.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제품 전략과 라인 배정 전략을 새롭게 짜는 이유다.
여기에 TV 평균 화면크기가 갑자기 늘어나는 것도 다소 희망적인 신호다. 중국 평판 TV 평균 크기는 지난 해 10월 41.3인치에서 1년 만에 43.2인치로 급격하게 증가했다. 패널 가격이 하락하면서 대면적 TV가 인기를 얻은 것이다.
중국 BOE는 이미 제품 생산 비중 조정에 착수, 중소형 패널 위주로 전환할 것이라고 밝혔다. 태블릿PC와 스마트폰 시장 수요가 크기 때문에 공급 과잉 걱정은 배제했다. 최근 정호영 LG디스플레이 CFO도 “공급 과잉으로 인한 업황 악화를 너무 과장할 필요는 없다”며 “내년 연간 전체 수요 증가는 4~5% 수준으로, 공급 확대 역시 이 수준을 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남 삼성디스플레이 사장은 “내년 LCD 수요가 7% 정도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며 “8세대 중심으로 생산 능력이 커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공급 과잉 영향으로 시장이 경직될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