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 발전기가 `비상`이다. 10대 중 7~8대는 정상 가동되지 않는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업계에서는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사용자 탓으로 돌린다. 틀린 말은 아니다. 관리 소홀 책임도 분명 있다.

하지만 정작 문제는 비상 발전기 자체에 있다. 비상 발전기 핵심인 엔진은 두산이나 커민스 등 대기업 제품을 사용하는 반면에 내부 부품은 대부분 인증도 없다.
자동전압조정기(AVR)는 자동으로 전압을 일정하게 조정해주는 핵심 기기다. 우드워드 등 해외기업 제품 가격이 설치비까지 포함해 200만원 수준이지만 영등포 일대에 산재한 영세 업체들에서 개당 8만5000원 선에서 구입할 수 있다. 인증이 없어도 AVR 특성상 전기 생산에 직접 영향을 미치지 않아 잠시 가동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
심지어는 엔진 자체를 중고로 쓰는 일도 있다. 중고 엔진 가격은 새 제품의 30% 수준으로 정상 원가의 절반 정도에 발전기 제작이 가능하다. 업체로서는 원가를 낮출 수 있어 유혹에 빠지기 쉽다. 제품 원가의 60%를 엔진이 차지하는 상황에서 원가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은 많지 않다.
전기안전공사가 사용 전 검사를 하지만 속을 들여다볼 수는 없다. 해당 검사는 정상 가동 여부만 확인, 내부 부품의 제조 연도와 인증 등을 자세히 점검하지 않기 때문이다. 발주처에서도 해당 엔진을 제작사에 일일이 확인하지 않고는 알 길이 없다.
그렇다고 불법을 걸러낼 수 있는 발전기 제조 기준이나 인증시스템이 갖춰져 있지도 않다. 주먹구구식으로 만들어 일정 수준 이상의 성능만 내면 되니 개인 사업자도 가능하다.
비상 발전기는 말 그대로 급할 때 쓰는 것이다. 사용 빈도는 극히 드물어도 중요성은 크다. 병원이나 공장 등 주요 시설은 말할 것도 없다. 정전이 현실화된다면 이미 후회해도 늦다.
유창선기자 yud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