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중독을 예방·관리하는 기본법에 불과하다.”(중독법 제정 찬성쪽)
“실질적 규제 효과는 왜 고려 안하나.”(게임업계)
서로 다른 지점에서 출발한 게임업계와 의료·복지업계의 입장은 좁혀지지 않았다. 31일 신의진 새누리당 의원실이 주최한 `4대 중독예방관리제도 마련 토론회`에서는 게임을 중독관리 대상에서 배제해야 한다는 게임업계 주장과 마약·알코올·도박·게임을 통합적으로 관리할 거버넌스가 필요하다는 의료·복지계 주장이 극명하게 갈렸다.
특히 4대 중독관리법 제정을 찬성하는 의료·복지계는 거버넌스 차원의 기본법이라는 점을 재차 강조한 반면, 게임업계는 기본법 이후 관련 하위법과 실행 체계를 마련하면서 실질적인 규제 효과가 수반될 것으로 우려했다.
◇“게임도 중독 유발, 국가통합관리 필요해”
의료·복지계는 마약, 알코올, 도박처럼 게임도 중독을 유발하기 때문에 국가 차원의 통합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의진 의원은 “게임 중독은 엄연히 존재하는 현상이고 모른 체하면 안된다”며 “부처별로 산재해 규제를 이중삼중으로 하는 비효율 대신 범부처 차원의 컨트롤타워인 중독통합관리위원회를 두고 각 부처별 규제를 통합하고 5개년 계획을 세우는 등 체계적으로 중독 문제를 예방·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4대 중독예방법으로 관련 분야의 비효율적인 규제들을 걷어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해국 가톨릭대 의과대학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게임 중독을 겪는 아이들 중 1.5%만이 전문 상담서비스를 이용하는게 현실”이라며 “게임 중독도 심리 상담이 필요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약물치료를 병행해야 할 수도 있기에 마약·알코올·게임 모두 같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하위 규제 생각 왜 안하나”
게임업계를 중심으로 한 반대 진영은 이번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징벌적 규제가 추가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이미 사회적으로 문제시하는 도박·마약·알코올과 함께 게임을 새로운 중독 유발물질로 정의했을 때 파급 효과를 고려하지 않은 것도 문제라는 주장이다. 이는 단순히 현업 종사자들의 자존감 문제를 넘어 게임산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확산, 미래 인재 확보 실패로 이어져 산업 가치가 하락하고 경쟁력을 잃는 악순환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남경필 한국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협회장은 “게임 중독 문제에 적극 대처해야 하는 것은 상당히 공감하지만 게임을 마약·도박·알코올과 같은 범주로 엮은 것은 형평성에 어긋나고 지나치다”며 “정부에 의한 강제 규제보다는 부모와 자녀가 함께 토론하며 결정하는 자율적 규제가 답”이라고 말했다.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4대 중독예방법이 향후 실질적 규제를 파생할 수 있다는 점을 강력하게 경고했다. 그는 “기본법은 하위 법안들을 파생한다”며 “향후 PC방 규제도 불가피해질 것이며 인터넷 포털서비스 등 게임과 연관한 분야들이 제약을 받을 수 있음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산업 규제가 아니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게임으로 미래를 개발하고 싶어하는 아이들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고 업계 종사자들도 중독물질을 만들고 있다는 피해의식과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고 지적했다. 게임중독 현상이 발생하는 이유는 복합적인데 단순히 원인을 게임 하나로 지목하는 것은 현상과 본질을 구분하지 못한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한편 이날 공청회는 4대 중독예방법에 찬성하는 내용의 주제 발표만 이뤄져 업계 의견을 고르게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