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멈춰선 NFC(근거리무선통신) 성장동력

NFC 프로젝트, 이대로 멈춰서나

2011년 3월 29일. 한국 미래산업 근간으로 방송통신위원회는 `근거리무선통신(NFC)`을 꺼내들었다. 수년간 앙숙 관계인 이동통신사와 금융사, 밴사를 한자리에 불러 `NFC 한류바람`을 함께 일으키자며 연합체를 꾸렸다. 왜 방통위가 NFC관련 모바일결제 사업을 할까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방통위가 전면에 내세운 전략은 이들을 매혹시키기에 충분했다.

`모바일 스마트 라이프(Mobile Smart Life) 서비스` 활성화 전략이다.

NFC기술을 생활 편의 서비스로 진화시켜 모바일 전자결제 강국을 만들겠다는 야심찬 프로젝트다. 5년간 1조340억원의 생산유발효과, 3475억원의 부가가치 유발효과, 5707개의 일자리 창출. 모든 언론도 방통위의 계획에 찬사를 보내며,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을 아낌없이 제공했다. 같은해 11월, 방통위는 NFC 사업의 첫 단추로 `명동 NFC 존`을 구축하고, 이를 발판 삼아 통신과 금융, 보안산업을 아우르는 융합 서비스 창출에 나서겠다고 공언했다.

이통사를 설득해 200여개 가맹점에 NFC 결제단말기를 구축했고, 이를 전국으로 확대하겠다는 의지도 표명했다. `그랜드 NFC 코리아 얼라이언스`를 발족시키고 결제 인프라 구축과 응용서비스 개발, 표준화 작업에도 착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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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후…

명동 200여개 가맹점에 구축한 NFC 결제 단말기는 사라졌고, NFC 연합체는 사실상 해체됐다. 사업 연속성의 단절이다.

당시 NFC 결제 단말기를 도입한 명동 소재 몇 곳의 가맹점주를 찾아 나섰다.

“NFC 결제 동글을 치운지 오래됐습니다. 그 때 기관들이 하도 단말기 깔아야 한다고 졸라대서 깐 것뿐입니다. 손님이요? 아예 없어요. 저도 사용법을 모르겠는데요.” “명동에서 크게 행사하고 2~3개월은 관리했었죠. 이후 누구하나 관리하는 분 없던데요. 그냥 씁쓸해요. 어차피 국민 세금으로 한거 아닌가요?” “모바일로 결제 단말기 깔면, 고객이 급증할 거라고 했어요. 수개월간 NFC 결제한 고객 1명도 없습니다. 이미 내다 버렸어요.”

가맹점주들의 답이다. 이통사가 수십억 들여 구축한 단말기는 사라진지 오래고, 2년여가 흐른 지금 NFC결제 가맹점을 관리한 곳은 단 한곳도 없었다.

명동 존에서 NFC기반 모바일 카드 결제 건수는 얼마나 될까?

방통위에 따르면 지난해 2월까지 모바일카드 발급 약 18만건, 모바일카드 이용 6000건, 쿠폰 발급 4600건, NFC 태그이용 5700건이었다.

하지만 실제로 사업에 참여했던 이통사와 카드사에 따르면 이 수치에는 일부 오류가 있다고 시인했다. 합계를 추산할 때 명동NFC존에서 사용한 모바일 카드 외에 다른 지역에서 사용한 것까지 일부 넣었다는 것이다. 일부 카드사는 이 수치에 명동 이외에 다른 지역 사용자의 발급 내역도 합산했다고 밝혔다. 쿠폰 발급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현재 명동 내에 NFC 모바일카드 결제 비율은 얼마나 될까? 해당 카드사 확인 결과 1위 사업자의 결제 건수는 월 100건 남짓이다. 다른 카드사는 10건이 채 되지 않고, 별도 프로모션 등은 접은 지 오래다. 1년만에 결제 비율은 10분의 1도 채 안됐다.

◇그랜드 NFC 코리아 얼라이언스, 사실상 `해체`

정부 단위 NFC기반사업은 민관 합동으로 꾸려진 NFC 코리아 얼라이언스가 핵심 `브레인`이다. SK텔레콤, KT, 삼성전자, LG전자, 신한카드, 비씨카드, 한국인터넷진흥원 등 30여개사가 참여했다.

방통위가 제시한 3대 분야 9개 핵심과제를 추진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사업화부터 국제 표준 선점 목표를 제시했다. 이 연합은 서로 다른 이해관계가 얽힌 사업자들이 모처럼 하나로 뭉쳤다는 점에서 기대가 컸다. NFC단말기 보급 사업부터 국제 표준 선점까지 NFC 혁신을 주도하겠다고 외쳤다.

하지만 연합체는 사실상 해체됐다.

한 참여 기업 관계자는 “방통위 해당 부서 인력이 세 차례 바뀌면서, 이미 오래전 모임 자체가 없었다”며 “당초 목표했던 NFC 모바일 단말기 확산이나 응용 서비스 사업 여부는 우리도 궁금하다”고 되물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서로 다른 사업자가 모인 연합체인데, 이렇게 사장되기는 아깝다”며 “미래창조과학부에서 새롭게 정비하는 방안이 절실하다”고 토로했다.

◇공은 미래창조과학부로

방통위가 목표한 NFC 기반의 모바일 스마트 라이프 프로젝트는 과연 신기루일까?

비록 NFC 시범사업과 이후 행보가 연속성이 없지만, 이해관계가 얽힌 사업자간 소통 창구를 마련했다는 점은 높이 평가해야 한다. 금융 전담기관인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산업 총괄 주무기관인 산업통상자원부가 머뭇거릴 때 방통위가 이들 사업자를 불러모아 총대를 멘 격이다.

이로 인해 모바일 결제의 학습효과와 시행착오를 둘 다 얻는 좋은 기회요인을 창출했다.

문제는 그간 사업 전개 과정에서 주무부처 간 협력 부재와 이로 인한 사업자간 투자비 분란, 고객과 시장 이해 부족이 겹치며, 다음 스텝을 밟지 못했다는 평가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당시 NFC 시범사업은 모바일 카드 유저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NFC 기술을 마케팅으로 활용하는 데에만 치중했다”며 “그러다보니 실제로 인프라가 깔려도, 종업원이 사용법을 몰라 이용이 되지 않는 경우가 상당수였다”고 말했다.

관리와 교육이 병행되지 않은 탓이다.

방통위의 NFC관련 사업과 부처는 미래창조과학부로 이관됐다.

2년 전과 비교하면 모바일 결제 비중은 하늘과 땅 차이다.

범 정부차원에서 창조경제의 한축이 될 수 있는 NFC기반 모바일 결제 사업을 새롭게 재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지배적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 과거 통신사가 약 1000억원을 들여 전국에 보급했던 1세대 모바일 결제 단말기 `모네타 프로젝트`와 다를 바 없다. 2002년 모네타 동글은 약 44만대가 보급됐지만 준비미흡과 수요예측 실패로 소비자에게 외면당하면서 폐품으로 전락했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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