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서 이공계가 각광받고 ICT 업계로 고급인력이 지속 유입되던 시절이 있었다. 당시 ICT업계의 구직은 수월했고 벤처 창업도 활발했다.
지금은 전혀 다른 양상이다. 그나마 남아 있는 이공계 인력은 좀 더 나은 대우를 받겠다며 대기업으로 이직하거나 유명 게임 또는 포털 회사에 편중돼 중소기업 구인난은 날이 갈수록 심각하다. 이는 ICT 산업의 다양성을 저해하고 기술 격차를 만들며 결국 국가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일을 초래한다.

진화를 거듭해 인류 역사를 획기적으로 발전시킨 ICT 업계는 여전히 매력적이며 중소기업과 벤처회사에는 창의성이 넘친다.
중소 ICT 기업 인재 확보는 인위적으로 구인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홍보하거나, 국민을 상대로 호소한다고 해결될 일은 아니다. 시대의 취향이나 판단을 거스를 수도 없다. 국민 스스로가 IT 분야가 매력적이라는 인식 전환이 있어야 좋은 인재가 자동적으로 유입될 것이다.
개발자들을 전도유망한 기업으로 유인하려면 중소 IT 기업에 대한 투자가 무엇보다 먼저다.
현재 인력양성을 위한 정책은 거꾸로 됐다. 흔히 ICT산업 발전에서 선순환을 이루려면 인재양성→기술 경쟁력 확보→기업성공→산업의 매력 증가→인재 유입 순이라고 생각한다. 모두들 인재 양성을 고민하지만 이는 막대한 시간과 투자가 필요하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고급 인력을 IT산업으로 유치하기 위해서는 다른 접근 방법이 필요하다.
우선 다양한 스타 IT 기업을 더 많이 육성해야 한다. 건실한 기업을 대중적으로 알려 스타 기업으로 만드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정부는 기업 매출, 기술력, 성장 가능성 등을 판단해 IT 분야 개발자 임금과 복지 등 처우 개선을 위해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
둘째, 국책연구소나 대학연구소에 있는 연구원의 중소기업 파견 의무화하는 것이다. 시간이 갈수록 폐쇄적인 연구 스타일보다 정보와 기술을 교류하면서 비즈니스와 시너지를 만드는 연구개발의 중요성이 강조되기 때문이다. 연구원들이 기업 개발에 함께 참여하고, 기술과 인력을 교류할 수 있도록 국가차원에서 다양한 인센티브를 마련해야 한다. 국책연구소와 기업이 함께해 이른 시일에 기술을 상용화하는 기회를 만든다면 국가 경쟁력에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된다.
셋째, 소프트웨어 인력 확보를 위해서 대학 혹은 대학원 때부터 글로벌 오픈소스 프로젝트에 참여하도록 독려하는 것이다.
작은 대학이나 연구소 단위에서 가치 있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것은 엄두가 나지 않는 일이다. 글로벌한 소프트웨어를 자체 개발 연구하는 것도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
요즘은 ICT 분야의 핵심 소프트웨어가 오픈소스로 제공되고 있다. 리눅스를 주류로 최근 클라우드 소프트웨어인 오픈 스택(Open Stack), 빅데이터 분야의 하둡(Hadoop), SDN 분야의 플루드 라이트(Flood Light) 등이 그것이다. 이들 소프트웨어는 세계의 많은 개발자가 협업하는 가운데 진화하고 있다. 앞으로도 확장해야 하는 기능이 무궁무진하다.
이런 글로벌 오픈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정부과제를 통해 학생과 연구원들이 글로벌 트렌드에 적극 참여한다면 작은 투자로 젊은이들에게 글로벌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중소 IT 기업을 지원하는 개발자가 많아지기 위해 정부와 대학이 먼저 자각하고 변화할 의지를 가져야 한다.
실력 있는 이공계 학생들이 현실적인 문제로 다른 산업으로 유입되는 것을 막아야 할 것이다.
조영철 파이오링크 사장 jyc@pioli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