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창조과학부를 중심으로 과학기술분야 연구개발(R&D)부터 기술 사업화까지 전주기 생태계를 마련하기 위해 규제 개선 움직임이 활발하다. 현장 전문가는 규제에 한계를 주는 네거티브 시스템 도입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았다. 부처별 칸막이를 허물어 정부 규제를 간소화해야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유환익 전국경제인연합회 산업본부장은 지난 18일 전자신문 주최로 개최된 `과학기술 규제개선 방안` 좌담회에서 “우리나라 규제 시스템은 특정한 것만 허가하는 포지티브 시스템이라 기술 R&D와 사업화 기간이 늦어진다”며 “국민 안전과 보안 등 핵심 규제를 제외하고 모두 풀어주는 네거티브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융합 기술로 패러다임이 바뀐 오늘날 과거 기준으로 규제를 두면 새로운 산업이 성장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유 본부장은 “기업은 R&D 과정부터 이 기술이 시장에 적용할 수 있는지, 정부가 제한할 요소가 있는지 하나하나 물어봐야 하는 실정”이라며 “우선 R&D를 하게 두고 차후에 점검하는 방식이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규제 개선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포지티브 규제로 가장 피해를 보고 있는 산업으로는 나노 기술이 꼽혔다. 나노 기술 분야는 국가 핵심 기술 분야로 선정돼 많은 예산이 투입되는 대표 국가 R&D 과제다. 좋은 성과가 나오고 있지만 기업에서 상용화에 나서면 환경 규제가 걸린다. 박재근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는 “나노 기술이 선블록 화장품 등에 포함돼 잘 사용되고 있는데 일부 환경유해물질로 분류해 산업 활용을 막고 있다”며 “오히려 선진국처럼 명확하고 세부적인 (네거티브) 규제가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 정부에서 지적하는 부처별 칸막이는 R&D 규제에서도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부처마다 서로 다른 규제를 통일시켜 간소화해야한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부처별로 연구비 관리 규정이 너무 다양하다”며 “표준 매뉴얼을 만들어 연구 과제 선정과 예산 투입, 성과 평가 등을 일원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 8월 미래부에서 실시한 국가 R&D 관리 수요조사에서 개선해야할 연구비 관리는 16건, 과제 관리 등 제도 개선은 6건이 나왔다.
미래부는 9월 발족한 `범부처 과학기술 규제개선 추진위원회`를 중심으로 현장 중심 규제 개선 방안 의견 수렴에 나서고 있다. 11월 이후 국가정책조정회의에 상정해 내년부터 규제 개선안을 시행할 계획이다. 박항식 미래부 과학기술조정관은 “지금까지 1회성에 그쳤던 규제 개선이 아닌 지속적인 규제 발굴에 나설 것”이라며 “R&D 단계뿐 아니라 지식재산 권리화, 기술사업화까지 창조경제 생태계를 저해하는 모든 규제를 바꿔 나가겠다”고 밝혔다.
과학기술 규제 분야(안)
3대 분야 22개 과제 개선안
* 전문가 의견 수렴 등을 추가적인 검토를 통해 중점과제 변경 추진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