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디스플레이가 시장 침체에도 불구하고 중국 쑤저우에 대규모 LCD 라인을 예정대로 정상 가동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얼마전 외자 기업으로는 처음 쑤저우에 LCD 셀 제조 공장을 가동했다. 당초 쑤저우 공장 가동 시점이 계획보다 다소 지연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지만, 정반대로 전개되고 있다. 초고선명(UHD) TV 등 프리미엄 시장을 선점하고 중국 생산 현지화를 가속해 경쟁력을 배가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대표 김기남)는 쑤저우 LCD 셀 공장에서 8세대 라인 투입 원판 기준 월 1만7000장 수준으로 첫 생산을 시작한다. 연내 생산 설비를 추가 구축해 내년 4~5월에는 월 5만5000장 규모 생산량을 늘릴 계획이다. 내년 브라질 월드컵 등으로 세계 TV 수요가 빠른 속도로 회복된다면, 쑤저우 공장 풀 가동 시점은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 업체들은 내년 TV 수요가 올해보다 5~7% 늘어날 것으로 관측한다. 무엇보다 UHD TV 시장이 올해보다 5~10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내다본다. 디스플레이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지만, 프리미엄 시장 규모가 커지면 삼성디스플레이 등 국내 업체에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시장 수요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해 중국 쑤저우를 LCD 생산 거점으로 육성하려는 전략이다. 셀부터 모듈까지 쑤저우에서 일괄 생산하면 중국 시장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품질·가격 경쟁력도 끌어올릴 수 있다.
태블릿PC 시장 공략을 위해서도 쑤저우 공장의 역할은 중요하다. 내년 세계 태블릿PC용 디스플레이 시장은 올해보다 52% 성장한 4억2000만대로 예상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태블릿PC 수요에 대응해 TV용 7세대 생산라인을 모바일 전용으로 전환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국내 LCD 생산라인 중 일부를 모바일용으로 전환하면 TV용 LCD 생산 공백을 쑤저우 공장에서 메울 수 있다.
김기남 사장은 “시장 상황에 맞춰 언제든 대응할 수 있도록 생산 체제 유연성을 강화할 것”이라며 “향후 중국 쑤저우 공장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