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디자인에 투자해야 하는 이유

언젠가 중소·중견 기업의 디자인 연구개발(R&D)을 도와주는 센터를 방문한 적이 있다. 제품 디자인 기획부터 목업, 금형, 표면처리 등 다양한 시제품 제작을 도와주는 곳이었다. 다양한 디자인 연구시설들이 한 데 모여 있다는데, 이런 시설이 절실한 중소·중견기업보다 삼성, LG, 현대 등 대기업 디자인 담당자들이 더 자주 찾고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로 활동하는 대기업들은 디자인의 중요성을 뼛속 깊이 알기 때문이다. 반면 국내 중소, 중견기업 CEO들의 디자인 투자 의지 부족과 정부의 디자인 몰이해로 인해 활성화되지 못 하는 것이 안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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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주에 열릴 세계디자인정책포럼을 준비하는 디자인업계의 고민도 이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중소·중견기업은 물론 정부조차 투자에 인색하다는 것이다. 정부 연구개발(R&D) 예산 중 디자인은 100분의 1이 되지 못하고, 이마저도 늘 다른 과학기술 개발에 `들러리`로 쓰인다고 했다.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에 대한 해석은 산업마다 분분하다. 저마다 해석이나 방법론은 다를지 몰라도 창조경제가 더 이상 과거와 똑같은 비즈니스 방식으로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을 내다본 `화두`라는 것은 모두 공감한다. 결국 창조경제란 우리가 과거와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창조경제를 이끌 기업이라면 기술, 디자인, 판매 모두 과거와 달라져야 한다. 그 중 디자인은 첫 번째 걸음이다. 디자인이야말로 `고유성`과 `실용성`에 방점을 둔 분야이며, 기술 상향평준화 시대에 소비자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가장 훌륭한 커뮤니케이션 도구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적은 금액을 투자해도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삼성은 일찍이 우리나라 기업 중에 가장 먼저 디자인의 중요성을 깨달아 투자했고, 이는 삼성이 세계적 브랜드로 성장하는 밑거름이 됐다. 정부 역시 마찬가지다. 영국은 1980년대부터 디자인을 비롯해 창조산업에 꾸준히 투자한 결과 국가브랜드를 새롭게 키울 수 있었다. 남과 다른 성공을 꿈꾸는 기업에, 정부에 디자인 투자가 필요한 이유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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