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신입사원 공채가 한창이다. 삼성그룹 직무적성 시험에는 역대 최다인 10만명이 몰려 삼성고시라는 말까지 나온다. 삼성그룹뿐 아니라 현대·기아차그룹 등 일부 대기업 채용 경쟁률은 상상을 불허한다. 경쟁률 상승은 경기침체로 인해 안정적인 일자리를 선호하는 청년층의 욕구가 그만큼 크다는 것을 대변한다.
대기업 선호는 비단 신입뿐 아니라 경력도 예외는 아니다. 공식·비공식으로 진행하는 대기업 경력 채용은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더불어 헤드헌팅 업체도 급격히 늘었다고 한다. 이를 두고 중소기업의 한 대표는 `공유(지)의 비극`이 떠오른다고 했다. 대기업의 중소기업 인력 빼가기에 대한 우회적인 비판이다.
`공유의 비극`은 목초지, 어장과 같은 공동소유 자산의 활용을 둘러싸고 구성원이 상호 협조와 타협이 없이 각자 개인 이익의 극대화하면 공익이 훼손되고 나아가 개개인의 이익 자체가 훼손되는 현상을 말한다. 예를 들어 소 500두를 기를 수 있는 면적의 공유 목초지에 마을 주민들이 사적 이득을 위해 500두가 넘는 소를 경쟁적으로 방목하면 목초지가 황폐화되고, 결국 모두가 손해를 본다는 논리다.
쓸 만한 인력(목초)은 한정되어 있는데, 대기업 수요(소)가 급증하면 목초지 자체가 황폐화될 수밖에 없다는 비유다. 실제 국내 최대 IT기업이 대대적인 SW 인력 충원에 나서자 SW업계 전반이 술렁인 적이 있다. 해당기업은 `SW인력 블랙홀`에 비유되기도 했다.
이 중소기업 대표는 이를 해소하기 위해 대기업 신입 채용 확대의 필요성을 주장한다. 대기업 스스로 목초(인력)를 키우라는 지적이다. 당장 대기업들의 공채가 연간 1만명만 늘어도 청년실업문제는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얘기한다. 하지만 올해도 대기업 신입 공채 수는 작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