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무역안보, 수출기업과 함께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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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시리아에서 대규모 화학무기가 사용됐다고 발표했다. 세계를 경악하게 한 시리아 사태는 화학무기를 전량 폐기하는 유엔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이행 약속으로 수습 국면에 접어든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1000여구에 이르는 시리아 어린이와 일반인들의 주검은 현대사에 되돌릴 수 없는 상처로 남았다.

2011년 3월 시리아 내전 발발 이후 세계 각국은 시리아에 대한 무기류 수출을 금지했다. 그럼에도 10만명 이상 사망자를 낸 시리아 내전의 가해자들이 어떻게 대량파괴무기를 손에 넣을 수 있었을까.

테러국들은 대량파괴무기 조달이 힘들어지자 무기 개발에 이용할 수 있는 물품 수입에 힘을 쏟는 양상이다. 영화 `트랜스포머`에서 멋진 자동차가 인류를 구하는 로봇으로, 또는 인류를 위협하는 무기로 변신하는 것처럼 생활을 이롭게 하는 많은 물품들이 대량파괴무기 개발에 이용될 수 있다.

독일 정부가 1998년부터 2011년 사이 민간용도로 시리아에 수출했다고 시인한 불화수소, 불화수소암모늄 등 화학물질도 사린 같은 화학무기 제조에 사용될 수 있기에 논란이 된 것이다.

국제사회는 미사일 기술 통제 체제, 핵 공급국 그룹, 생화학무기를 다루는 호주그룹, 재래식 무기를 다루는 바세나르체제 등 분야별로 대량파괴무기 제조에 사용될 수 있는 물품과 관련 기술을 `전략물자`로 규정하고 수출통제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2004년 유엔안전보장이사회는 전략물자 불법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결의 1540호를 채택해 각국의 수출통제 체제 구축 및 이행을 의무화했다.

우리 정부도 1987년부터 전략물자를 수출할 때 대량파괴무기에 악용될 수 있는지를 심사해 수출여부를 허가하는 전략물자관리제도를 운용 중이다. 우리 기업 중에는 정부 전략물자관리제도 이행에서 한발 더 나아가 자발적으로 내부통제시스템을 갖춘 곳도 있다. 수출품이 대량파괴무기로 이용되지 않도록 계약 전부터 수출 이후까지 수입자, 최종사용자, 용도를 관리하는 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기적으로 워크숍에 참여해 정보를 교환하고 정부에 수출관리 정책을 건의하는 등 안전한 무역을 선도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많은 수출기업이 `우리 회사 수출품이 국제평화와 국가안보에 무슨 영향을 끼치겠어`라는 안일한 생각을 갖고 있다. 제레드 다이아몬드는 `어제까지의 세계`에서 “미래 사회에서는 막연한 큰 위험보다 정도는 낮지만 자주 반복되는 현실적 행위에 더 주의하고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략물자수출관리는 대량파괴무기 확산을 사전에 예방하는 일상적인 위험관리의 대표적인 제도로 기업 스스로 수출품 최종사용자와 용도를 점검하는 내부통제 시스템이다. 기업이 이러한 노력을 경주한다면 국제사회는 국가 간 협업을 통해 대량파괴무기를 충분히 통제할 수 있을 것이다.

정부도 수출기업의 전략물자 수출관리를 지원하는 활동을 다각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중소기업이 제도 이해 부족으로 불법수출을 하는 일이 없도록 산업통상자원부, 중소기업청, 관세청이 협업해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수출관리이행 컨설팅을 제공하는 중소기업 홈닥터사업도 시행 중이다.

22일 산업부, 외교부, 국방부, 원자력안전위원회, 관세청, 방위사업청 공동으로 `2013 무역안보의 날` 행사를 개최했다. 행사를 계기로 수출기업은 정부, 국제사회와 함께 만들어가는 무역안보 실현에 한발 더 다가갈 수 있었을 것이다. 수출기업은 자발적인 전략물자관리로 수출 경쟁력을 향상시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국제평화와 국가안보에도 기여할 수 있다.

남기만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정책관 letitbe@motie.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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