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디스플레이 업계가 초고선명(UHD) 시장 공략에 팔을 걷어 붙였다. 예상보다 빨리 수요가 증가하면서다.
퍼블릭 디스플레이와 프리미엄 TV 정도로만 UHD LCD 패널을 만들어 온 국내 업계가 중저가 시장까지 개척할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그 동안 풀죽어 있던 LCD 관련 산업 생태계도 활기를 띄기 시작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UHD LCD 패널 대중화에 나서면서 관련 부품 수요가 증가했다.
시장조사업체 NPD디스플레이서치는 UHD LCD 시장이 올 1분기 17만대에서 내년 1분기 175만대로 급성장할 것으로 관측했다. 올해까지는 대만과 중국이 UHD LCD 시장을 이끌었지만 내년부터 국내 업체도 신제품을 대거 내놓고 이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국내 LCD 협력사도 더불어 바빠졌다.
UHD는 풀HD보다 해상도가 네 배 높아 그에 따른 부품 수요가 대폭 늘어난다. 구동칩(드라이버IC)만 해도 사용량이 갑절 이상 증가하고 백라이트유닛(BLU)에 장착하는 발광다이오드(LED)도 1.5배 정도 더 필요하다.
UHD는 밝기가 높은 에지형 LED BLU를 장착하지만 대형 제품은 모서리 양쪽에 LED를 배열해야 한다. 이 때문에 전용 도광판이 필요하다. 도광판 가격이 뛰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비록 TV 시장 전반이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UHD LCD 효과로 금액 기준 관련 부품 수요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트는 올해 TV용 반도체 제품 시장 규모가 지난해보다 7% 정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스마트폰과 스마트패드용 LCD 패널은 신제품이 꾸준히 나왔지만 TV 시장에서는 뜸했다. UHD LCD를 계기로 오랜만에 신제품 기획이 이뤄지면서, 패널 검사를 위한 프로브 유닛 수요도 급증했다.
박찬중 코디에스 사장은 “신제품 검증을 위해서는 프로브유닛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UHD 관련 수요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UHD LCD를 제작하는 데 필요한 마스크 수도 늘어난다. LCD 업체는 마스크 대부분을 자체 제작하지만 20~30% 정도는 마스크 전문 업체를 이용해 외주로 채우고 있다. LCD 시장에서는 세대가 늘어나지 않고 기술이 안정화되면서 마스크 수가 종전 5~6개에서 4개까지 줄어드는 상황이었다. UHD TV 등장으로 다시 마스크 수가 늘어나게 됐다.
소현철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내년 하반기에는 애플 UHD TV인 iTV가 선보일 것”이라며 “이를 기폭제 삼아 TV 시장에 새로운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했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