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자동차 대체부품 활성화의 명암

# 지난달 서울북부지검은 BMW, 메르세데스-벤츠, 폴크스바겐, 아우디, 렉서스, 도요타 등 수입 자동차 유통·판매(딜러) 업체들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이들 업체들이 차량 수리비와 부품 가격을 부풀린 정황을 포착해 수사를 진행 중이다. 국산차에 비해 과도하게 비싼 수입차 수리비에 대한 개선 요구가 커지면서 검찰은 물론 금융감독원, 공정거래위원회 등도 수입차에 대한 전방위적인 실태 조사를 벌이고 있다. 수입차 부품 및 수리비가 비싼 원인은 폐쇄적인 부품 수급망과 소비자에게 제대로 고지되지 않는 불투명한 시장 구조가 원인으로 꼽힌다. 수입차 수리비를 현실화하고 부품 시장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민간 인증제도 도입을 통한 `대체(Non-OEM)부품` 활성화가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수입차 수리비 얼마나 비싸나=지난해 수입차의 건당 수리비는 국산차의 3배를 넘었다. 보험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수입차의 건당 수리비는 299만원으로 국산차의 82만원에 비해 크게 높았다. 특히 부품 가격으로만 범위를 한정하면, 수입차는 196만원으로 국산차(37만원)의 5배 이상에 달했다. 지난 2010년부터 2012년까지 수입차 수리비가 교통사고 사망자 평균 지급 보험금(1억300만원)보다 많게 나온 경우도 43건에 달했다. 한 슈퍼카의 경우, 수리비가 4억6000만원이나 나온 사례도 있다.

이처럼 높은 수리비와 함께 최근 수입차 판매가 급증하면서 자동차보험에서 차지하는 수리비 비중도 크게 높아졌다. 2002년 전체 지급보험금의 43% 수준이던 물적사고 비중은 2007년 과반을 넘은 후, 2011년에는 61%까지 늘어났다. 이에 따라 손해율 악화→기본보험요율 인상→전체 운전자의 보험료 부담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송윤아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과도한 수입차 수리비는 부품의 독점적 판매권과 유통망 간 상호 교역을 제한하는 공급의 배타성과 소비자의 합리적 선택을 제한하는 정보 부족이 원인”이라며 “민간 인증제도를 통한 대체부품 활성화 등 부품 시장의 경쟁을 촉진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대체부품 민간품질인증기관 추진해야=수입차 수리비를 낮추기 위해서는 고가의 특정 브랜드 상품이 아니더라도 성능과 품질이 `동일하거나 또는 유사한` 대체부품 사용을 활성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하지만 대체부품의 범위는 안전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부품과는 명확히 구분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우리나라는 안전 운행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핵심 부품은 강제인증으로 제작사가 자기 인증을 하고, 문제 발생시 리콜을 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현재 자기인증 대상 부품은 좌석 안전띠, 전조등, 브레이크 호스, 후부 안전판, 후부반사기 등 5개 부품이다. 자동차관리법 시행령에 따라 향후 자기인증 품목은 34개로 확대될 예정이다. 확대되는 품목은 브레이크라이닝, 휠, 타이어, 창유리, 후부반사장치 등이다.

하지만 안전에 직접적인 영향이 적은 부품에 대해서는 대체부품을 선정해, 사전 품질자율인증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특히 제작사의 자기인증 품목에서 제외되는 각종 오일과 필터류를 비롯해 범퍼, 후드 등 사고 시 가장 많이 수리하는 부품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분석이다.

대체부품 인증제가 도입되면, 수입차 부품의 독과점 체계와 순정(OEM)부품 중심의 유통체계를 소비자 중심의 시장 구조로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수입자동차부품협회에 따르면, 수입차 부품 및 공급 채널 다양화를 통해 부품 가격을 적게는 30%에서 많게는 50%까지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주요 보수용 부품을 30% 국산화할 경우, 1500억원의 수입대체 효과도 기대된다. 국내 자동차 부품업체들의 생산 유발 및 수출을 통한 산업 활성화 효과도 적지 않다.

이를 위해 선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기존 제품의 산업재산권을 보호하고, 한·중 FTA 등 외부 환경 변화의 영향을 면밀히 검토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강병도 자동차안전연구원 실장은 “대체부품 활성화를 위해 산업재산권에 대한 검토가 선행돼야 한다”며 “대체부품과 순정부품의 디자인은 같다는 점에서 의장권(디자인권)에 대한 보호 및 침해 여부를 명확히 구분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중 FTA 체결 이후 값싼 중국산 대체부품이 수입될 경우, 국내 대체부품 시장을 잠식당할 우려도 있다. 이에 따라 국내 부품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산업재산권에 대한 교육과 기술 지도로 업체들의 자생력을 키워야 한다는 지적이다.

◇입법 및 제도정비 움직임 활발=지난 5월 민병두 국회의원(민주당)은 △품질인증기관의 인증시 대체부품 허용 △부품 정보에 대한 세부 내역 제공 의무화 △고장 및 하자에 대한 소비자 설명 의무화 등을 골자로 한 자동차관리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민병두 의원은 “대체부품 활성화를 통한 보험료 인하 및 개선 방안은 경제민주화임과 동시에 자동차 산업 경쟁력 강화의 일환”이라며 “완성차와 소비자 및 부품업체들의 수직적 관계를 수평적 상생 관계로 변화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관할 부처인 국토교통부도 제도 정비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완성차 및 부품업체는 물론 소비자들이 신뢰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지상 과제다.

윤진한 국토교통부 자동차운영과장은 “수입차는 물론 국내 완성차 시장에서 순정부품 독점 구조로 인해 발생하는 거품을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자기인증제와 구별되는 대체부품의 활성화 방안을 신뢰할 수 있는 프로세스와 시스템을 기반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미국과 일본은 국가 공인인증제도와 별도로 대체부품에 대해 민간기관에서 품질을 인증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미국은 1987년 설립된 자동차부품인증협회(CAPA)를 통해 대체부품에 대한 품질인증을 실시한다. CAPA는 정비공장, 부품유통업계, 보험업계 및 소비자단체 등으로 구성된 비영리 독립기관으로 인증의 공정성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또 부품의 품질을 보증하기 위한 시험 및 검사제도 개발을 비롯해 △구성 재질, 충돌 저항 및 적합성 테스트 등 각종 시험을 통한 정보 제공 △기준을 만족하는 대체부품에 대해 CAPA 품질인증 마크 부여 등의 업무를 진행한다.

CAPA 품질인증 대상은 충돌사고시 손상 빈도가 높아 수리비에 영향을 많이 주는 부품과 승객 안전에는 직접적인 영향이 적은 부품을 중심으로 한다. 휀다 등 외관 금속 부품류를 비롯해 △범퍼커버 등 플라스틱 부품류 △헤드램프 등 램프류 △몰딩 등 고무 부품류 △범퍼 등이다.

미국에서는 1993년부터 2012년까지 약 5160만개의 인증부품이 사용됐으며, 소비자 불만 접수 건수는 사용 부품 건수의 0.035%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소비자 만족도가 대단히 높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다.

CAPA 품질인증은 공정한 시장 경쟁에 의해 순정부품의 가격을 약 30% 인하하도록 유도한 것은 물론 소비자 이익도 크게 향상시켰다는 평가다. CAPA 인증 부품은 순정부품의 약 50~80% 선의 가격에 거래되며 소비자들의 신뢰도도 높다. 특히 대체부품 사용으로 연간 4억달러 이상의 부품 수리 비용을 절감한 것으로 분석됐다.

일본도 1972년 설립된 비영리단체 일본자동차부품협회(JAPA)를 통해 자동차 부품에 대한 품질평가 및 품질인증을 실시하고 있다. JAPA는 주로 소모성 부품을 인증 대상으로 한다. 자체 품질 기준에 의해 인증된 부품은 `우량부품(Superior Parts)`으로 선정해 마크를 부여한다. 또 우량부품은 JAPA 회원사를 통해 전국 유통망을 통해 공급한다. 이들 우량부품은 순정 부품 가격의 약 60~70% 선에서 거래된다.

수입차와 국내 완성차 업계는 대체부품 인증제 도입에 대해 유보적인 입장이다. 특히 수입차 업계는 비싼 수리비 문제가 수입차만의 문제인 것으로 지적받는 것과 보험사들이 저렴한 수리만을 추구하며 수입차 업체에 책임을 전가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지난달 국회의원 회관에서 열린 `수리비 개선을 통한 자동차 보험료 합리화 방안` 정책토론회에서 최용국 한국수입자동차협회 이사는 “수입차 수리비와 이로 인한 보험료 문제는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있으며, 문제 해결에 동참하고자 한다”면서도 “(안전이 가장 중요한) 자동차 특성상, 저렴한 가격을 추구하기 위해 성능과 안전이 희생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대체부품제 도입에 대한 균형적인 검토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국내 완성차 업체도 대체부품 성능 및 품질 인증기관의 성격을 먼저 규정하고, 대체부품의 범위도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오재춘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이사는 “대체부품이 활성화되면, 대체부품보다 순정부품을 원하는 소비자와 공급자(손보사, 정비업체)와의 다툼 발생 우려도 있다”며 “가급적 안전 운행에 지장이 없는 소모성 부품으로 범위를 한정하고, 디자인 등 지적재산권에 관한 국가 및 제작사 간 갈등도 사전에 충분히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양종석기자 jsy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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