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in 라이프]GM농산물의 두얼굴

토마토는 조리하지 않고 그냥 먹을 수 있다. 케첩 주재료을 포함해 피자 등 많은 요리 재료다. 채소냐 과일이냐 논쟁 때문에 1893년 미국 연방대법원이 `채소`라고 못박은 토마토는 맛뿐 아니라 다양한 활용에 인기가 높지만 단점이 하나 있다. 바로 쉽게 무르게 된다는 것이다. 상처를 입거나 오래두면 껍질이 물러져 못 먹게된다.

1994년 새로운 토마토가 시장에 등장했다. 미국 FDA 승인을 받아 최초로 상업화한 `무르지 않는 토마토`가 주인공이다. 토마토를 익게하는 효소 활동을 인위적으로 차단하고 판매 직전에 에틸렌 가스로 토마토를 후숙시키는 원리다. 그러나 투입되는 비용이 너무 많아 1997년 생산이 중단되고 관련 기술은 세계적 종자기업 몬산토에 이전됐다.

#무르지 않는 토마토는 대표적인 유전자변형(GM) 농산물이다. 세포에 있는 유전자는 고유한 형태·색·성질 등 유전정보를 담아 다음 세대에 특성을 전달한다. 유전정보는 DNA로 만들어졌다. 생명공학 기술로 특정 유전자만 바꿔 사람에게 필요한 기능과 특성을 가진 농산물이 GM 농산물이다. 해충이나 바이러스를 견딜 수 있는 콩·옥수수·면화 등 다양한 GM 농산물이 있다.

미국·브라질·아르헨티나 등 대표적인 농업수출국가에서는 식량이 쏟아져 나온다. 그러나 지구 반대편에서는 식량 기근에 허덕이는 국가가 한둘이 아니다. 지형적 특성과 기후 때문에 잘 자라지 못하는 농산물을 유전자 변형으로 해결할 수 있다. 농업국가에서도 좀 더 많은 농산물 생산량 증가를 위해 GM 종자 등을 활용하고 있다.

농촌진흥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에 수입된 GM 농산물은 784만톤이다. 26억7222만달러(한화 약 3조원)를 들여 유전자 변형 농산물을 사들이고 있다. 식용으로 수입되는 농산물은 대두 88만2000톤, 옥수수 103만톤으로 전체 GM 농산물 수입량의 24%를 차지하고 있다. 원료 농산물 형태로는 유통되지 않고 모두 식용유, 전분당 등 가공식품용으로 쓰인다. 사료용으로 쓰이는 수입 옥수수는 98%가 GM 옥수수다.

#GM 농산물이 초국가적으로 유통되면서 각국마다 GM 농산물 개발과 종자 보호에 신경을 곤두세웠다. 비용 문제를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GM 농산물 시장이 농산품유통회사나 종자기업의 이해관계뿐 아니라 사회적 요구가 동시에 반영됐다는 것이 전문가 의견이다. 농진청은 “경작지 감소, 농업 노동력 부족, 투입재 가격 상승에 따른 생산비 증가가 심하다”며 “이에 따른 대안으로 GM 농산물이 등장했다”고 밝혔다.

중국에서는 GM 면화가 도입돼 일반 면화 대비 살충제 사용은 80%, 살충제 사용으로 농업인이 중독되는 비율이 77% 감소한 것으로 전해진다. 헥타르당 생산량은 6% 증가하고 ㎏당 생산비는 28% 절감되는 효과를 보였다.

바이오 에너지 작물로도 GM이 인기를 얻고 있다. 생산성이 탁월한 비식용 GM 농산물을 개발해 바이오 에너지 원료로 사용해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다. 1980년대 일반 옥수수를 이용해 에이커당 260갤런의 바이오 에탄올을 얻었다. 그러나 2007년 GM 옥수수로 420갤런까지 두배 가까운 생산성 향상을 보였다.

#생명공학 기술의 정점을 보여주는 GM 농산물인 듯하지만 실상은 조금 다르다. 아직까지 사회적 거부감이 상당하다. 한국바이오안전성정보센터가 지난해 말 성인 남녀 1000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유전자변형기술을 활용한 GM 식품·농산품에 대해 54.4%가 부정적인 의견을 나타냈다. 유전자 변형 기술이 우리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이유로는 `인체에 대한 안전성 의문` `인위적 기술로 식품, 농작물을 생산하는 것은 자연 섭리에 어긋남` 등이 가장 많이 꼽혔다. GM 식품이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우려된다는 설명이다.

소비자 모임, 환경단체, 농민 단체를 중심으로 GM 농산물에 대한 반대가 크다. 일부 반대 과학자들도 GM 농산물이 인체에 위해하다는 근거를 제시하기도 했다. 세라리니 프랑스 칸 대학 교수는 지난해 “GM 옥수수로 2년간 섭식 실험을 한 결과 실험쥐 75%가 종양에 걸렸다”는 내용의 논문을 식품·화학독성학 저널에 발표하기도 했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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