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호소문(呼訴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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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소문은 일반적으로 원통하거나 딱한 사정을 하소연하는 글을 말한다. 긴 발음에 다른 한자어를 사용한 호소(號召)도 있다. 이때는 어떤 일에 참여하도록 마음이나 감정 따위를 불러일으키는 의미가 된다.

일반적 호소문에 정해진 서식이나 규칙은 없다. 읽는 상대가 나의 억울한 일을 알고 의견에 동조하도록 이끌면 된다. 동정심과 호기심을 유발시키는 것도 필요하다. 여기에 호소하고자 하는 사안의 전반적 상황과 문제점, 어떤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첨부된다.

전력산업을 주관하는 한국전력이 또다시 호소문을 냈다. 밀양 송전탑 공사재개 관련 대국민 호소문이다. 앞서 한전은 지난 5월 밀양 765㎸ 송전탑 공사재개의 시급성을 담은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한 바 있다. 영남지역 전력 수급난 해소와 동계 전력수급 안정 등 시급성을 고려해 공사를 미룰 수 없다는 내용이었다. 야간 공사를 단행해서라도 연말까지 송전선로 건설공사를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5개월 간 공사는 논란 속 답보였다. 그리고 10월 1일 공사를 재개하겠다는 호소문을 또 내놓았다. 내년 여름에 올 여름과 같은 전력난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신고리 원전 3·4호기 생산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한전은 법적 절차에 따라 송전탑 공사허가를 모두 받았다. 보상 형식의 막대한 사업비 지출을 위한 주민합의도 60% 이상 이끌어냈다. 그럼에도 공사재개에 앞서 대국민 호소문을 또다시 내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아마도 호소문에 담긴 내년 여름 전력난이 한전의 심정을 대변하는 듯하다. 불과 한달 전 한전은 정부와 함께 하계 피크에 대비한 대국민 절전을 호소한 바 있다. 전력 판매로 영위하는 한전이 절전을 호소할 만큼 전력 수급에 대한 책임이 크기 때문이다.

대승적 차원에서 불가피하다면 최대한 주민을 고려하고 공사논쟁은 마무리지어야 한다. 국내 전력산업을 책임진 한전이 시기마다 대국민 호소를 하는 모습이 결코 바람직해 보이지는 않는다.


윤대원기자 yun1972@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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