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인정기술자 제도 손톱 밑 가시 뽑자

2007년 기술사를 우대한다는 명분으로 축소 조정한 인정기술자 제도가 인력수급 미스매치 폐해를 불러일으킨다고 한다. 특급(학력·경력 인정자)에서 고급(경력 인정자)까지 인정하던 폭을 초급으로 일괄 축소한 후폭풍으로 구인난과 구직난이 동시에 벌어졌다. 기술사를 우대하려고 조정한 제도가 시간이 지나 손톱 밑 가시가 돼 수많은 현장 전문가에게 고통을 준다.

현행법은 정보통신공사업 등록과 5억원 이상 공사에서 중급 이상 기술자를 의무 배치하도록 명시했지만 서류상 중급 이상 기술자가 턱 없이 모자라기 때문이다. 반면에 정보통신기업에서 20년 이상 현장 경험을 쌓은 베테랑급 기술자도 서류상 초급 기술자로 분류돼 재취업이 쉽지 않다. 아무리 실력이 뛰어나도 시장에서는 현장에 배치할 수 있는 서류상 중급 이상 기술자가 아니면 채용을 꺼리기 때문이다.

문제는 중급 이상 기술자 수가 부족해 규정을 맞게 중급 이상 기술자를 파견하지 못해 행정처분을 받는 비율이 최근 3년 평균 30%에 육박한다는 점이다. 더군다나 정보통신 시공현장은 근무여건상 3D 업종이라는 인식이 강해 인력확보도 어렵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자격증을 불법 대여하는 사례가 빈번하고 심지어 수백만원을 받고 자격증 명위를 빌려주는 일도 빈번하다. 멀리 내다보지 못한 제도 변경이 잠재적 범법자를 만들어 낸 셈이다.

정보통신공사협회에 따르면 5년 이상 경력에도 초급 기술자로 분류되는 인원은 전체 1만2000여명의 절반 수준이다. 이 가운데 10년 이상 된 베테랑급 전문가가 14.3%나 된다.

앞 뒤 맞지 않는 제도 때문에 베테랑급 전문가가 제대로 된 처우는 고사하고 현장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조차 얻을 수 없는 현실이다. 국가적인 기술인력 낭비다.

인정기술자를 기술사 수준으로 대우하자는 것이 아니다. 현행 인정제도를 현실에 맞게 개선해 전문 인력 수급 불균형을 해소하자는 취지다. 전문가는 본인이 잘하는 현장에서 일해서 좋고 공사를 수주하는 사업자는 구인난이 해결돼서 좋다. 보이지 않는 손톱 밑 가시를 찾는 것도 좋지만 앓고 있던 가시를 뽑았을 때 시원함이 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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